러시아 국적 버린 테니스 선수, 우크라 선수와 드디어 ‘악수’

경기 종료 후 악수하는 카사트키나(왼쪽)와 코스튜크. /WTA 투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선수와의 악수는 줄곧 거부해 온 우크라이나 테니스 선수가 러시아 국적을 버리고 호주 국적을 취득한 선수와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돼 이목을 끌었다.

이 같은 장면은 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총상금 600만유로) 대회 5일째 단식 2회전 직후 포착됐다.

당시 호주의 다리야 카사트키나와 우크라이나의 마르타 코스튜크가 겨뤘는데, 코스튜크가 2-0으로 승리를 따낸 후 카사트키나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카사트키나는 원래 러시아 국적이었지만, 지난 3월 호주로 국적을 변경했다. 카사트키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온 선수로 유명하다. 2022년 전쟁 이후로는 러시아에 가지 않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주로 훈련해왔다. 카사트키나가 호주 국적을 취득하고 나선 건 러시아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튜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무대에서 줄곧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에 대한 반감을 공개적으로 보여왔다. 이들 국적의 선수와는 경기 후 악수를 거부하는 식이다.

그런 코스튜크가 먼저 악수를 건넨 건 카사트키나가 러시아 국적을 완전히 버렸기 때문이다. 코스튜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평소 존경하는 선수와 악수하게 돼 기쁘다”며 “조용히 있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일 때도 말하고행 동하는 사람과 뜻을 함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사트키나가 이제 ‘자유’를 얻은 만큼,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했다.

코스튜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저는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와는 악수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러시아를 침략자라고 부르고, 진실을 얘기하며 행동하는 사람은 존경해야 한다”고 카사트키나의 국적 변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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