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은 외야와 내야를 모두 볼 수 있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다. 그러나 도루를 하다 발목을 다쳤고, 부상자 명단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준비를 시킨 김혜성이라는 비밀 무기가 있었다.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혜성과 3년 보장 1250만 달러,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할 당시 김혜성을 차세대 멀티플레이어로 낙점했다. 크리스 테일러, 엔리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라는 종전 멀티플레이어들의 계약이 올해로 모조리 끝난다는 것을 고려한 포석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김혜성을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된 직후 타격 메커니즘을 모두 바꿨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타격폼으로는 어렵다고 봤다. 당장 조금 답답하더라도, 최소 3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바라보고 지금 시간을 투자하는 게 낫다고 봤다. 시즌 개막 전에는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로 보내 미국 야구와 새로운 타격폼에 적응할 시간도 줬다.
트리플A에서 머무는 시간이 모두에게 답답할 수 있었지만, 다저스의 그런 전략은 틀리지 않음이 증명되고 있다. 만약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었다면 출전 기회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을 것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선수에게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트리플A에서는 매일 주전으로 뛰면서 메커니즘 수정의 성과를 평가하고, 또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인 미국 야구에도 적응할 시간이 충분했다.
김혜성은 콜업 이후 9일(한국시간)까지 총 6경기에 나가 타율 0.313, 2타점, 2도루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장타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간결한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아냈고, 여기에 폭발적인 주력을 선보이면서 다저스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로버츠 감독도 “우리에게 없었던 에너지”라면서 김혜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방송 중계에서도 매일 김혜성을 호평하고 있다. 기량은 물론, 팀에 잘 어울리는 성향도 긍정적인 인상을 준다.
5월 4일(한국시간) 애틀랜타와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을 당시, 다저스의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 LA’ 중계진은 “한국의 스타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다. 26세의 이 선수는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이번에 처음으로 빅리그 기회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렇게 주목하는 인상은 아니었고, 경기 막판에 대수비로 들어간 만큼 조명할 시간도 길지는 않았다.
이어 후속 타자의 땅볼 때 송구가 1루로 가는 사이 3루까지 내달린 장면에서는 탄성을 금치 못했다. ESPN 중계진은 “이 선수 엄청나다. 그냥 스피드로 밀어붙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5월 6일 마이애미전에서는 사이영상 수상자인 샌디 알칸타라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신고한 이후 오타니 쇼헤이의 타석 때 도루까지 성공하는 등 맹활약했다. 스포츠넷 LA 중계진은 두 번째 타석 안타 이후 “알칸타라를 상대로 두 차례 모두 인상적인 타석을 보여주고 있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을 배트 중심에 잘 갖다 댔다”면서 “이제 달릴 준비를 할 것이다. 오타니 타석이라 쉽지 않겠지만 김혜성의 스피드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즐거워했다. 실제 김혜성이 오타니 타석에서 도루에 성공하자 중계진은 “모든 예측은 무의미해졌고 김혜성은 바로 질주했다”고 껄껄 웃었다.
스포츠넷 LA 중계진은 7일 경기 도중에도 “경기 후 다저스의 클럽하우스에서는 프리먼의 통산 350홈런과 더불어 김혜성의 데뷔 후 첫 기록들을 축하하는 자리가 열렦다. 샴페인까지 터뜨리며 특별한 순간을 함께 했다. 팀 모두가 김혜성을 사랑하더라”고 김혜성의 특별한 적응력을 칭찬했다. 이어 이날도 안타를 터뜨리자 “이런 타격을 꾸준하게 보여준다면 오래도록 자리를 꿰찰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을 지켜가는 것이다”고 김혜성의 생존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스포츠넷 LA 중계진은 8일에도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확실한 재능을 가졌다고 했고, 팀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라고도 했다”고 소개한 뒤 멀티히트 이후에는 “이제 트리플A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이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빅 브라더, 앙헬 파헤스를 리틀 브라더라고 하는데, 이제는 오타니와 김혜성을 해외판 형제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면서 오타니와 김혜성의 브로맨스를 주목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