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테니스 코트 [休·味·樂(휴·미·락)] : zum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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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나달이 2022년 6월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 펼쳐지는 프랑스 오픈에서 2005년 첫 우승 이후 2022년 마지막 우승까지 14번이나 우승했으며 통산 성적도 112승 4패(승률 96.6%)를 거두는 등 ‘흙신’으로 불린다. 파리=AP 연합뉴스

‘러브 게임’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1999년부터 이어온 연예·오락 분야 장수 프로그램이다. 스포츠에도 러브 게임이 있다. 테니스다. 상대방에게 득점을 한 점도 허용하지 않는 경기를 말한다. 여기서 러브는 사랑(love)이 아니다. 프랑스어의 달걀(l'oeuf)을 영어식으로 읽으면 러브가 된다. 0을 달걀로 형상화한 것이다.

사실 테니스의 득점은 1, 2, 3 등의 숫자로 쓰지 않는다. 15(fifteen), 30(thirty), 40(forty) 등으로 셈한다. 4개 점수를 획득하면 한 게임을 이긴다. 초기 프랑스에서는 점수를 기록할 때 원형 시계 형태의 계수기를 사용했다. 15씩 나누어 한 바퀴를 돌면 게임이 끝났다. 그런데 45(forty five)는 발음이 길었기에 우수리 부분을 없애고 40으로 정했다는 게 정설이다.

‘2023년 국민 생활체육 조사’에서 생활체육 동호회 가입 종목 중 테니스는 5위(6.1%)였다. 1~4위는 축구(22.9%), 배드민턴(12.3%), 탁구(10.5%), 골프(9.7%)가 차지했다. 이 중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성적이 좋지 않은 종목이 테니스다.

테니스에는 호주 오픈(AO), 프랑스 오픈(French Open), 윔블던(Wimbledon), US 오픈(US Open) 등 4대 메이저 대회가 있다. 최고 권위와 전통을 지닌 대회는 윔블던이다. 1877년 첫 대회 이래 참가 선수들은 반드시 흰색 경기복을 입어야만 한다. 그리고 잔디 코트를 고수한다. 반면 프랑스 오픈 경기장 롤랑 가로스(Roland-Garros)의 바닥은 점토(clay)여서 선수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이 대회 최고 강자는 20년 동안 14번 우승한 라파엘 나달이다.

우리나라 최초 테니스 발현지는 거문도였다. 1885년 영국 함대가 주둔했는데, 그때 테니스장을 만들었다. 이후 다수의 테니스코트가 생긴 것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 1976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5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는 운동장, 테니스코트, 수영장, 배구장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당시 아파트들은 주로 테니스코트를 선택했다. 고급 스포츠로 인식됐고 차지하는 면적도 가장 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신축 아파트에는 테니스코트가 없다. 구축 아파트의 코트도 주차장으로 바뀌는 추세다. 테니스 동호인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