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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숲·햇살 머금은 열매… 떼인 돈 받으러 갔다 만난 자연과 인간

조선일보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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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김금희 소설 | 무제 | 224쪽 | 1만7000원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온 케이스에서 테이프를 꺼내듯,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꺼내게 만드는 이 소설은 표지 디자인부터 남다르다.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 프로젝트로, 소설가 김금희가 첫 번째 작가로 참여했다. 독서에서 소외된 시각장애인을 위해 오디오북으로 먼저 제작됐고 이후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주인공은 비디오 가게 막내딸로 자란 손열매. 글을 잘 읽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영화 자막을 소리 내어 읽어주다 성우가 됐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던 열매가 떼인 돈을 받아내기 위해 선배 수미의 고향 완주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얼떨결에 완주에 눌러앉게 된 열매는 조금 이상하지만 정이 가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전나무 숲에 사는 미스터리한 남자 어저귀, 장의사와 매점을 함께 운영하는 수미 엄마,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중학생 양미와 푸틴과 간디로 불리는 친구들. 각자의 상처를 간직한 인물들은 인생의 무게를 감당하며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완주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다. 어디에나 물이 넘쳐 흐르고 오래된 거목들이 지키고 있는 신비로운 숲, 햇살을 머금고 열매가 익어가는 여름이 감각적으로 펼쳐진다. 아주 오래 전, 자연과 인간이 연결돼 서로를 보살핀다고 믿는 어느 마을의 설화를 듣는 것처럼 아득해진다.

중간중간 드라마 대본처럼 대사와 지문이 적혀 있어 쉽게 읽힌다. 시각적인 이미지 못지않게 소리와 냄새를 생생하게 그려내려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도 느껴진다. 배우 고민시·김도훈·염정아 등이 참여한 오디오북은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와 전자책 플랫폼 윌라에서 이용 가능하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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