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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국보 '삼국사기 권1~2'.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
삼국사기는 한민족 최고(最古) 역사서다. 1145년 김부식과 그를 보조한 10명이 편찬했다. 삼국시대와 후삼국 역사를 주로 다루는데, 3세기 이전 일부에 오류 논란이 있다. 고구려 태조왕이 119세까지 살았는데 93년간 통치한 뒤 100세에 동생에게 왕위를 넘겼다는 것이나, 1세기 백제와 신라가 대규모 영토 전쟁을 벌였다는 부분 등이다. 논란에도 불구, 5세기 이후 내용은 고서 특유의 비유적 표현을 감안하면 중국, 일본 사서보다 정확하다는 게 학계 평가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의자왕 20년(660년) 6월 조에 보름달 논란이 나온다. 왕궁 땅에서 나온 거북이 등에서 ‘백제는 둥근 달, 신라는 초승달’이란 글이 발견됐다. 무당이 “둥근 달 백제는 곧 기울고, 신라는 융성해진다”는 취지로 설명하자, 왕이 그를 죽였다. 이어 불려 나온 이가 “백제는 둥근 달처럼 왕성하다는 것이요, 신라는 미약하다는 것”이라고 말하자, 왕이 기뻐했다. 그 기록 바로 뒤에 나당연합군 침공으로 인구 70여만 호에 달하는 백제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장면이 나온다.
□전성기라던 백제를 ‘보름달’에 비교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약했던 나라가 차츰 국력을 키울 때보다, 최고점을 찍은 이후가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최근 1, 2년 국내는 물론 외부에서도 ‘코리아 피크’라는 말이 들려온다. 하버드대 아시아연구소 이성현 박사가 본보 1월 1일 자 ‘아침을 열며’ 칼럼에서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경제력, 젊은 세대의 출산 파업, 후진적 정치인들에 의한 민주주의 후퇴를 열거하며 “국력 하락의 징조가 보인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1,365년 전 의자왕을 닮아가는 걸까. ‘코리아 피크’를 가리키는 안팎의 신호에도 우리 사회에는 긴장감을 찾기 힘들다. 최근 10여 년 누려온 ‘선진국’ 지위가 큰 노력 없이도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시민 개개인의 창의와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입법이나 행정력으로 제어하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리기는 어려워도 까먹기 쉬운 게 국력이다. 갈수록 희망은 옅어지지만, ‘6·3 대선’이 그만큼 중요하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