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헤니도 나섰다… ‘뜬장’에 살던 믹스견 68마리, 구조돼 미국행

청주시의 한 개 농장에서 도축될 위기에 놓였던 진돗개 믹스견 수십 마리가 구조됐다. 국내에선 대형견 선호도가 높지 않아 입양이 안 될 경우 안락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국제동물보호단체의 도움으로 구조견들은 미국으로 보내졌다.

8일 청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월 흥덕구의 한 개 농장에서 불법 도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신고를 접수, 현장 점검에 나섰다.

점검 결과 개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견으로 분류되는 진돗개 믹스 품종 68마리가 ‘뜬장’이라고 불리는 비좁은 철망 케이지에 한 마리씩 갇혀 사육되고 있었으며, 이 중에는 영양 결핍으로 뼈가 변형되는 질병을 앓는 개들도 있었다. 현장에선 잔인하게 불법 도축된 듯한 개 사체도 발견됐다.

결국 시는 농장주로부터 68마리의 소유권을 넘겨받고 보호에 나섰다. 시 산하 반려동물보호센터에는 개들이 지낼 공간이 부족해 일부를 현장에서 보호했다. 이 과정에서 한 마리가 새끼 여러 마리를 낳아 이 중 몇 마리가 국내 입양되기도 했다.

다만 나머지 대형견들은 입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국내에선 기를 장소 등이 마땅치 않아 반려인들이 소형견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가 불가피했다.

그러던 중 구조 소식을 접한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Humane world for animals)가 구조견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오면서 시가 걱정을 덜게 됐다. 시 관계자는 “식용으로 키워진 대형견은 입양이 쉽지 않다. 동물보호센터에 입양이 안 돼 1년 이상 머무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한시름을 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구조된 진돗개 믹스견. /연합뉴스

시는 동물단체와 협업해 종합 백신, 광견병,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는 등 해외 입양 준비에 나섰고, 이날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중 51마리가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졌다. 너무 어려 당장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강아지와 어미 개 등 17마리는 4개월 정도 더 보호한 뒤 올해 말 해외로 보낼 계획이다. 유기견들은 반려견 입양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는 미국에서 새 가족을 찾을 전망이다.

이번에 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을 이동시키는 작업에 배우 다니엘 헤니도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헤니는 2020년부터 다른 국내 개 농장에서 구조된 리트리버를 입양해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주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농장은 폐쇄된 상태라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김상진 청주시 동물보호팀장은 “앞으로도 동물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현재 시 반려동물보호센터는 연간 약 1300마리의 유기 동물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 중 60% 정도를 입양 조치한다. 김 팀장은 “일반 가정에서 2개월간 유기 동물을 임시 보호한 뒤 입양을 결정하는 반려동물 임시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입양 시 진료비 지원, 취약계층 진료비 지원 등 동물 복지 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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