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달장애인 사건은 기록 표지부터 표시... 검찰, '방어권 사각지대' 줄인다

장애인 사건 전담 검사에 배정 안 해 시정 권고
사건기록 표지 표기로 전담검사제 실효성 높여
발달장애인 '기소 대신 교육' 범죄 확대 검토 중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발달장애인 사건은 빠짐없이 전담 부서·검사에게 배정될 수 있도록 경찰과의 업무 협의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했다. 그간 피의자나 피해자가 발달장애인이라도 사건 배당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놓쳐 제대로 된 사법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일이 종종 생겼는데 이를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경찰청과의 업무 협의를 통해 올해 4월부터 모든 발달장애인 사건의 송치·불송치 기록 표지에 발달장애인 사건임을 표기하고 있다. 대검 예규인 '발달장애인 사건조사에 관한 지침'은 발달장애인 사건은 장애인 특성에 대한 전문지식과 수사방법을 교육받은 전담 검사·부서에 배당하도록 규정하지만, 막상 사건을 접수하는 직원이 기록을 읽고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인지 파악하지 못하면 배당이 안 돼 실효성이 떨어졌다. 검찰이 직접 피의자·피해자를 불러 조사하지 않고 사건을 처분하는 경우엔 재배당 기회도 놓쳐 필요한 조력을 받지 못했다.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사건에서도 중증 발달장애인은 폭행 사건으로 입건된 후 전담 사법경찰관 및 검사 배정을 받지 못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해 2월 이 사건 피의자인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발달장애' 뜻을 이해하지 못해 "장애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자, 장애인복지카드를 확인하고도 도움을 줄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키거나 전담 경찰을 배정하지 않았다. 복지카드 사본은 수사기록에 담겨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왔지만 사건은 전담 검사에게 배당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를 차별로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두 기관에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검찰은 권고를 수용해 올해 3월 '표지 기록'을 포함한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전국 검찰청에 관련 업무 수행자들을 상대로 발달장애인 사건 주임 검사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적법절차 준수 여부를 관리해달라는 내용을 전파했다. 이외에도 법원과는 지난해 8월 협의를 시작해 이달부터 공소장에 피의자 장애 정보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재판 단계에서의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검찰은 발달장애인 성폭력 피의자만 대상으로 했던 '보호관찰 및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다른 범죄 피의자로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 용역을 마무리해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다. 2018년 대전지검을 시작으로 일부 검찰청에선 범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경미한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재범 방지 효과를 높이고자 보호관찰과 교육 기회를 제공해왔다. 6년 넘게 제도가 안정적으로 시행되면서 재산범죄 등 다른 범죄를 저지른 발달장애인 피의자에게도 교육 기회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법지원을 확대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수준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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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