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주의 한 법원 선고공판에서 4년 전 분노 운전자의 총에 맞아 숨진 고인(故人)이 AI(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해, 생전의 모습으로 가해자를 ‘용서’하는 피해자 최후 진술을 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과 NBC 방송 등이 8일 보도했다. 숨진 피해자가 생전 목소리와 동영상을 토대로 제작된 AI 동영상을 통해 법정에서 진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2021년 애리조나주 챈들러 시의 한 도로에서 빨간색 신호등에 정차해 있다가 분노 운전자의 총에 맞아 숨진 크리스토퍼 펠키(당시 37세)는 지난 1일 주의 카운티 고등법원의 선고공판에서 4분 30분가량의 AI 제작 영상에서 ‘피해자 진술’을 했다. ‘그’는 2021년 자신의 실제 모습을 담은 짧은 동영상을 앞부분에 소개하면서, 자신은 “이 영상을 보는 모든 이들이 분명히 알겠지만, 저는 AI 기술로 재현된 크리스 펠키”라고 소개했다.
펠키의 AI 아바타는 이어 자신을 기억하는 친지들에게 감사하며, 가해자인 가브리엘 폴 오르카시타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그날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만났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다른 삶이었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저는 용서를 믿고, 용서의 하나님을 믿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이에게 서로를 사랑하고 충실하게 삶을 살 것을 당부하며 “이제 낚시하러 가야겠네요. 모두 사랑해요. 저 세상에서 뵙겠습니다”고 맺었다.
2021년 애리조나주 챈들러 시의 한 도로에서 빨간색 신호등에 정차해 있다가 분노 운전자의 총에 맞아 숨진 크리스토퍼 펠키(당시 37세)는 지난 1일 주의 카운티 고등법원의 선고공판에서 4분 30분가량의 AI 제작 영상에서 ‘피해자 진술’을 했다. ‘그’는 2021년 자신의 실제 모습을 담은 짧은 동영상을 앞부분에 소개하면서, 자신은 “이 영상을 보는 모든 이들이 분명히 알겠지만, 저는 AI 기술로 재현된 크리스 펠키”라고 소개했다.
펠키의 AI 아바타는 이어 자신을 기억하는 친지들에게 감사하며, 가해자인 가브리엘 폴 오르카시타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그날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만났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다른 삶이었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저는 용서를 믿고, 용서의 하나님을 믿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이에게 서로를 사랑하고 충실하게 삶을 살 것을 당부하며 “이제 낚시하러 가야겠네요. 모두 사랑해요. 저 세상에서 뵙겠습니다”고 맺었다.
피해자 펠키의 AI 동영상을 제작한 이는 여동생 스테이스 웨일스와 남편이었다. 가해자 오르카시타스는 2023년 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법적 절차로 인해 재판이 무효가 되고 새 재판이 열렸다.
고인의 여동생 스테이스는 지난 2년 동안 법정에서 살해범에게 전할 피해자 유족이 겪은 영향 진술서를 작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분노와 좌절감만 쏟아질 뿐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동생의 머릿속에는 오빠의 생전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죽은 오빠가 법정에서 살해범에게 말하는 AI 영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여동생 웨일스는 결국 법정에서 ‘오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피해자 유족 측 변호사는 웨일스에게 오빠 펠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여동생은 오빠의 초등학교 담임 교사로부터 고교 졸업 무도회의 파트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함께 복무한 동료 병사들까지 오빠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48건의 피해자 진술서를 모았다.
숨진 크리스토퍼 펠키의 군복무 시절 사진 |
여동생은 가해자에게 “당신을 용서한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오빠는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의 원칙을 실천했던 사람이었고, “내 머릿속에서는 오빠는 계속 ‘나는 그를 용서해’라고 말하고 있었다”고 NPR에 말했다.
여동생은 AI 제작자이자 오빠의 절친이었던 남편에게 부탁해, 수일 만에 오빠의 AI 동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오빠의 목소리를 길고 선명하게 담은 음성 파일이나 정면을 바라보는 사진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여러 AI 도구를 결합해 생전 영상, 장례식 사진을 토대로 실제와 유사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오빠의 아바타가 말한 대본은 여동생이 썼다.
이 작업을 하면서, 여동생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웃으면서 또렷한 음성으로 말하는 자신의 9분짜리 동영상도 녹화했다.
선고 공판에서는 10명이 숨진 펠키를 위한 발언을 했고, 마지막은 펠키의 AI 영상이 ‘말했다’.
재판장 토드 랭 판사는 “AI 영상이 정말 좋았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동생에게 “당신은 분노했고, 최고 형량을 원한다고 했지만, 동시에 당신은 영상 속 오빠가 그런 요구를 하지 않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판사는 “가족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AI 영상에서 ‘용서’가 들렸다. 나는 그게 진심이라고 느꼈고, 오늘 여러분이 말씀하신 크리스의 인품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영상을 이용한 자료가 법원에서 이용되는 것에 대해선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민ㆍ형사 소송에서 AI 기술이 적용되는 사안을 연구해 온 워털루대의 마우라 그로스먼 교수는 “다만 이 경우엔 유죄 평결이 난 뒤에, 판사 앞에서 진술된 것이고, 증거로 제출된 것도 아니며 영향력은 제한돼 있다”고 NPR에 말했다.
가해자에게 적용된 과실치사 등의 혐의에 대한 형량은 7년에서 10년 반이었다. 이날 가해자는 최고 형량을 받았다.
피고 측 변호인은 “판사에게 무엇을 들을지 결정하는 재량권이 있지만, 고인의 AI 영상이 지나치게 감정적이지는 않았는지, 판사가 이를 형량 판단에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가 항소심의 쟁점이 될 수 있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신기술의 윤리적 문제를 연구하는 애리조나주립대 법대 교수인 게리 마천트는 “유족이 고인이 했을 법한 말을 정말 잘 구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이건 가짜(fake)”라고 NBC 방송에 말했다. 그는 “AI는 새로운 윤리적 경계선을 넘고 있다. 화면 속에선 어떤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실제론 그 사람은 죽은 상태”라며 “우리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위험 지대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카네기멜론대의 기업윤리학 교수인 데릭 레벤도 BBC 방송에 “유가족의 의도와 행동 자체는 의심하지 않지만, 앞으로 이런 기술이 피해자의 진짜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동생 웨일스는 오빠에게 ‘마지막 발언권’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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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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