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인. tvN 제공. |
김혜인은 현재 방송 중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언슬전)에서 산과 펠로우 2년차 명은원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율제병원 본원 산부인과 조교수 김대명(양석형) 아래에서 일했던 그는 이번에는 종로 율제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교수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순한 얼굴과 미소 뒤로 동기 추민하 역 안은진에게 일을 떠넘기던 얌체 짓은 스핀오프 드라마인 '언슬전'에서 한층 더 다양해졌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 오이영 역의 고윤정을 교묘하게 괴롭히고, 레지던트 4년차 구도원 역 정준원에게는 그가 작성하던 논문의 제1저자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성과를 빼앗기까지 했다.
착한 드라마로 시청자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언슬전'에서 유일한 '빌런'으로 활약하면서 김혜인을 향한 시청자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5년 영화 '사도'로 데뷔한 뒤 2016년 '안투라지',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오' 등에 출연하다 10년 만에 화제몰이를 한 김혜인은 JTBC엔터뉴스와 나눈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나 큰 반응과 분노를 일으킬 줄 몰랐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보람된 시간으로 남았다”고 돌이켰다.
배우 김혜인. tvN 제공. |
“신원호 감독님께서 먼저 따뜻하게 연락을 주셨어요. '같이 가자'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참 든든하고 감사했어요. 이번 '언슬전'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연장선이라기 보다, 전공의들의 성장기를 새롭게 그리는 작품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기존에 있던 세계관을 토대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어서 저도 많이 기대가 됐어요.”
-기존 시리즈에서 살짝 선보였던 얄미운 명은원이 펠로우가 돼 '언슬전' 초반을 이끈 '빌런'이 됐다. 뒤에서 후배들을 못살게 구는 명은원을 표현할 때 연기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때는 '여우는 본인이 여우인 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명은원이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언슬전' 속 은원이는 더 이상 본인조차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악행과 여우 짓이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나더라고요. 종로 율제로까지 옮겨가면서 교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분명해진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사 하나하나를 일부러 더 뻔뻔하고, 당당하고, 얄밉게 연기하려고 신경 썼습니다. 또 명은원이라는 인물은 상황에 따라 얼굴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이라고 해석했어요. 후배들 앞에서는 최악의 선배이고, 교수님들 앞에서는 비굴할 정도로 아부하고, 환자들 앞에서는 또 놀라울 만큼 친절하고 프로페셔널 하죠. 그런 삼중인격 모습을 최대한 실감나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악의 평범성'이라는 키워드에도 많이 집중했어요. 현실에서도 누구나 한 번 쯤은 본 것 같은, 너무 과장되지 않은 인물로 그리려고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주변에 꼭 이런 사람 있다'는 댓글을 볼 때 가장 뿌듯했어요.”
배우 김혜인. tvN 제공. |
“명은원이 다시 등장한다는 사실은 정말 소수만 알고 있었어요. 출연이 확정된 뒤에도 방송 직전까지 모든 과정이 비밀스럽게 진행됐고, 리딩 현장엔 마스크를 쓰고 스태프인 척 조용히 다녀오기도 했어요. 이렇게 철저히 비밀을 지켰는데 아무도 은원이를 기억 못 하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덕분에 다행히도 공개 됐을 땐 더 큰 반응과 분노(?)를 끌어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참 보람 있는 시간이었어요. 사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애착이 깊은 작품이라 또 한 번 함께할 기회가 있다면 모두가 기쁘게 모일 것 같아요. 저 역시 명은원이라는 캐릭터로 다시 돌아온다면, 조금 더 입체적인 서사를 가진 인물로 그려보고 싶어요. 여전히 아슬아슬한 선을 걷겠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한 사람의 팬으로서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3나 '언슬전' 시즌2가 나온다면 정말 기대되고 기쁠 것 같아요.
-명은원에 당하는 오이영 역의 고윤정, 명은원에게 물들 뻔한(?) 표남경 역의 신시아 등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촬영 분위기도 돌이켜본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 때는 선배님들이 워낙 든든하게 받쳐 주셔서, 저희가 그 안에서 안정감 있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언슬전'은 또래 배우들이 모이다 보니까 훨씬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였고요. 고윤정 배우랑 신시아 배우는 둘 다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같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어요. 강유석 배우는 진짜 유쾌해서 항상 현장 분위기를 '업'시켜줬고, 저도 많이 챙겨줘서 든든했어요. 한예지 배우랑은 겹치는 장면이 거의 없어서, 따로 많이 못 만난 게 정말 아쉬웠어요. 또래라 그런지 다들 금방 친해지고, 덕분에 편하고 즐겁게 촬영했던 기억이 남아요.”
배우 김혜인. tvN 제공. |
“분명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있었어요. 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분들 나름의 이유와 상황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경험들이 오히려 명은원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언슬전' 캐릭터 중에서는 구도원(정준원 분)처럼 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지만, 현실의 저는 엄재일(강유석 분)과 기은미(이도혜 분)를 섞어 놓은 모습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의욕은 넘치지만 실수도 많고, 사람들 앞에서는 밝게 웃지만 혼자 있을 땐 자책도 많고요. 그래도 누군가를 챙기고 도우려는 마음이 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요.”
-국악고, 이화여대 무용과를 나온 후 배우로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하다 연기를 하게 됐나.
“원래 꿈은 아나운서였지만, 학교에 월드미스유니버시티 대회를 홍보하러 오신 분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처음엔 망설였지만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분들도 많이 나온다'는 얘기에 용기를 냈죠. 운 좋게 좋은 상도 수상했고, 그 인연으로 첫 소속사 대표님께 연락을 받게 됐습니다. 춤을 출 때도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창작 춤을 좋아해서 였는지, 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늘 마음속에 있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남은 방송에 대해 시청자에 한 마디 남겨 달라.
“'언슬전'을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남은 에피소드 속에서는 캐릭터들의 깊은 감정과 성장이 더 선명하게 담겨 있어요. 끝까지 함께해 주신다면 분명 따뜻한 울림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언슬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많은 사랑 부탁 드립니다. 저도 앞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좋은 작품들로 인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hll.kr
사진=tvN 제공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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