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4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 이후 처음으로 외국 정상과 한 대면 회담이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미국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미국 주도의 임시정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이 주도한 과도정부 수립과 유사한 내용인데 팔레스타인 분쟁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7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가자전쟁 종전 뒤 미국 쪽 고위급 인사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가자지구가 비군사화하고 안정될 때까지 관리하며, 새 팔레스타인 행정부가 수립되면 행정권을 넘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로 미국 주도 임시정부 통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이 임시정부에 팔레스타인 관료들이 참여할 수는 있으나, 가자지구를 통치해왔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배제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도 답변을 거부했다.
소식통들은 이 안을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뒤 미국 주도 임시정부를 세우고 이후 이라크 과도정부에 행정권을 이양한 방식과 비교했다. 미국이 이라크에 세웠던 임시정부는 이라크인들에게 점령군으로 인식돼 반정부 무장단체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으며, 2006~2008년과 2013~2017년 이라크 내전을 포함한 극심한 혼란을 부른 원인이 됐다. 미국은 후세인 정권은 손쉽게 무너뜨렸으나 이라크전쟁 종전 뒤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졌다.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즈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붕괴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학교 건물을 주민들이 확인하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
미국 주도 임시정부 설치 계획이 실행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심화시키고 미국은 더욱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최대 중동 개입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이 문제에 더욱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부터 전후 가자지구 미래는 논란거리였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초토화시키는 가자전쟁을 벌이면서 종전 뒤 뚜렷한 계획은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최근엔 이스라엘 극우파들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아예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점령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달 뒤인 지난 2월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스라엘 극우파 인사들은 반색했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대해 아랍 국가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타국 이주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 임시정부를 구성한 뒤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이스라엘 일부 당국자들은 가자지구 주민 대규모 추방 및 미국 주도 과도정부 구성이 아니라 가자지구를 쪼개고 이스라엘군 영구 주둔지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중동 순방 일정을 언급하며 “그 전에 우리는 매우,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과는 관련이 없다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3개국을 방문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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