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거론되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한 한국 바이오 산업. 바이오 분야 '1호 교수 창업자'이자, 지난 27년간 글로벌 수준의 과제에서 성패와 영욕을 경험한 김선영 교수가 우리 산업 생태계의 이슈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세계 진출 방안을 모색한다.화려한 창업, 기대받던 두 회사
10여년 인고 세월로 위기 직면
인류 재앙 바이러스, 극적 반전
10여년 인고 세월로 위기 직면
인류 재앙 바이러스, 극적 반전
미국국립암연구소 홈페이지. 바이오엔텍 제공 |
지난번에 밝혔지만, mRNA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 기초연구 결과는 1989년에 나왔고, 이를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은 16년이 흐른 2005년 카리코와 와이스만이 개발하였다. mRNA 정보는 쉽게 변경 가능하고 제조 방법도 단순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개인별 맞춤형 암치료제 개발에 집중되었다.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적용되었지만 기존 방법 대비 장점은 뚜렷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2008년 독일의 과학자 부부 샤힌과 튀레지가 mRNA 회사인 바이오엔텍(BioNTech)을 설립했다. 샤힌은 2001년 개니메드(Ganymed)라는 항암/항체 개발회사를 만들어 15년 후 아스테라스에 매각, 1,000억 원대 규모의 업프런트를 받은 경력이 있었다. 이미 성공스토리가 있는 바이오엔텍은 비상장 시기에 1조5,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2010년 설립된 모더나(Moderna)도 그랬다. 저명한 앙트르프레뉴어인 누바 아페엔, 한국에도 잘 알려진 MIT의 로버트 랭어와 하버드의 실력 있는 과학자들이 창업 멤버였다. 비상장 시기에 3조 원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두 회사는 창업자들의 명성이 큰 가치를 발휘한 경우였다. 하지만 창업 후 십여 년 동안 어려운 길을 걸었다. 바이오엔텍은 암항원을 타깃으로 면역치료제와 지카바이러스 백신을, 모더나는 희소질환 치료제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조 원대의 유치 자금 대비 성과는 크지 않았다. 시장은 의구심을 보내고 있었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은 각각 2018년 12월, 2019년 10월 상장하였다. 비상장 시기에 2조~3조 원을 모은 회사들이 10여 년 만에 상장하면서 각각 8,000억 원, 2,000억 원대 자금을 유치하고 시총이 10조 원과 4조 원 정도에 머물렀다면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 상태로 5년이 흘렀다면, 두 기업은 유보자금이 바닥을 드러낸 '고만고만'한 바이오기업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게티이미지뱅크 |
그런데 2019년 12월, 난데없이 지금은 SARS-CoV-2라 불리는 바이러스가 출현했고,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전 세계 정부는 유례 없는 공조 체계를 갖췄다. 미국 FDA는 전례 없는 속도와 방법으로 개발과 임상시험을 지원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은 임상시험이 10~15년에 걸쳐 이뤄지고, 규모도 매우 크고,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수많은 절차와 시험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2019년 12월 첫 보고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정확히 1년 후에 시장에 출하됐다. 최소 15년 걸리던 일이 1년 만에 해결됐다. 유례가 없던 일이다.
2019년 12월, 이 바이러스가 인간계로 나와 재앙적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20년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밝혀진 즉시 이에 맞는 DNA와 RNA를 합성했고, 기술적 어려움 없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mRNA는 다른 바이오의약 대비 제조도 쉽다. 그 이전 10여 년 동안 생산 기술과 노하우가 상당 수준으로 축적되었고 그 전 해에 상장했으니 자금도 있었다. 수개월 만에 개발된 mRNA 백신은 효과도 좋았다.
두 회사에 갑자기 돈벼락이 떨어졌다. 2021년 최고점에서 모더나와 바이오엔텍 시총은 각각 약 250조 원과 130조 원에 이르렀다. 창업자들은 개인적으로 5조~10조 원대의 부를 이뤘다. 인류의 재난이 이 과학자 기업인들을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좋게 표현하면 "준비된 자에게 복이 온 것"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천운(天運)이 따른 것"으로도 보인다. 진실은 아마도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필자가 창업하여 28년 동안 일하면서 얻은 성과와 실패 중, 어느 것이 노력의 산물이고 어느 것은 과학의 결과이며 또 어떤 것은 "운" 때문인지가 보였다. 언젠가 글로 풀어볼 생각이다.
김선영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