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간을 기증한 오지훈 씨(왼쪽)와 어머니 문정자 씨. 모자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중앙대의료원 제공 |
“어머니가 저를 건강하게 낳아주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한 것뿐입니다. 어머니가 너무 미안해하지 마시고 얼른 회복하셔서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에게 간을 기증한 오지훈 씨(54)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 씨는 “어머니가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당분간 외출하지 못해 올해 어버이날은 집에서 조촐하게 보낼 예정”이라며 “내년부터는 꼭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곳에서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오 씨 어머니 문정자 씨(75)는 2015년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받던 중 2023년 간세포암까지 진단받았다. 건강 상태가 나빠져 올 2월에는 복수가 차고 피를 토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서석원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중앙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는 간 이식을 권했다.
간 이식은 살아 있는 사람 간을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과 사망한 사람의 기증된 간을 이식하는 뇌사자 간 이식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뇌사자 간 이식 기증이 드물어 가족 중에 기증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
오 씨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동생은 아직 자녀들이 어리고 저는 두 딸이 모두 성인이라 여러모로 제가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결심을 한 뒤 아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아내도 흔쾌히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동의했다”고 말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인 복잡한 마음을 내비치는 어머니에게 오 씨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힘내시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검사 결과 오 씨 간 크기와 구조는 기증에 적합했다. 지난달 15일 서 교수 집도로 8시간에 걸친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오 씨는 수술 뒤 회복 중인 어머니 병실을 매일 찾아 “식사 잘하시고 걷기 운동도 부지런히 하시라”며 살뜰히 챙기기도 했다.
오 씨는 빠르게 회복해 수술 후 10일 만에 퇴원했다. 문 씨도 이달 2일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 퇴원했다. 퇴원 전 권정택 중앙대병원장과 서 교수,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모자의 회복을 축하하며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번 수술은 중앙대의료원이 시행한 100번째 간 이식 수술이다. 서 교수는 “두 분 모두 수술 후 합병증 없이 정상적인 간 기능을 되찾고 건강히 퇴원하게 돼 담당 의료진으로서 감사하다”며 “어버이날을 앞두고 아드님의 선물로 중앙대의료원의 100번째 간 이식을 성공적으로 하게 된 환자분께서 앞으로도 100세 넘게 건강하게 장수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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