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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치주의 조롱하는 민주당의 위인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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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법사위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청래 법사위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재판 중단도 모자라 재판을 없애려 해





대법원 청문회는 집권하면 손보겠다는 겁박



어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소추(訴追)의 의미에 기소뿐 아니라 취임 전 받고 있던 재판까지 포괄하는지는 확립된 판례나 해석이 없다. 따라서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재판의 중단 여부는 결국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사안이 될 것이다. 그런데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법을 바꾸는 건 명백한 입법권 남용이다.

그뿐이 아니다. 민주당은 어제 행안위에서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행위’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이것도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겨냥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백현동 사업 등과 관련해 거짓말한 혐의를 인정해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는데, 아예 선거법을 바꿔 처벌 근거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이 후보는 법령 개정으로 인한 면소(免訴)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재임 중 재판을 중단시키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재판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민주당이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때는 대통령 거부권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 달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런 법안들이 곧바로 현실화한다. 유죄가 사실상 확정된 재판에서 집권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바꿔 재판을 봉쇄하는 건 새로운 유형의 민주주의 파괴이자 법치주의 우롱이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건 단순히 이번 대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설령 ‘이재명 정권’에서 재판이 중단되더라도 그 이후 속개된 재판에서 이 후보가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20대 대선의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즉, 민주당은 자신들의 재정적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법을 고치는 것으로도 볼 소지가 있으며, 이는 공직자의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의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14일 ‘사법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열어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12명 전원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한다. 기가 막힌다. 대법관 전원을 국회로 부르는 건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다. 집권하면 대법원을 손보겠다는 겁박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행정·입법에 이어 사법까지 장악한 절대권력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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