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김문수, 빈손 회동…'내분 불씨'만 키웠다

한덕수, 회동 직전 '단일화 11일' 데드라인
당 지도부와 김문수 압박…진척 없는 만남
국민의힘, 회동 무산 뒤 단일화 여조 발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7일 '단일화 회동'을 가졌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종료됐다. 김 후보는 단일화를 압박하는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7일 '단일화 회동'을 가졌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종료됐다. 두 후보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고 김 후보의 추가 만남 제안에 한 후보 측이 응답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 사태로 단일화를 둘러싼 내분은 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11일을 데드라인으로 각각 후보 미등록과 비대위원장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후보 측은 당이 후보를 끌어내린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상황이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에서 만났다. 두 후보는 서로를 격려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후 1시간 20여 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는 공전을 거듭했다.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회담 종료 후 "일단은 특별하게 합의된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한 후보가 입장 발표를 했던 그 내용대로"라며 "당에서 단일화에 대해 입장이 정해지면 그 입장에 응하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후보는 단일화 회동 약 1시간 30분 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등록일인 11일을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못 박은 셈이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저는 이미 단일화 방식에 대한 모든 결정을 국민의힘에 일임했다"고 부연했다.

한 후보가 설정한 마지노선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언급한 단일화 시한과 동일하다. 앞서 권 위원장은 11일까지 두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후보가 단일화 회동 직전, 당 지도부와 발걸음을 맞추며 김 후보를 압박한 셈이다.

김 후보는 회동 종료 뒤 취재진에 "한 후보께서 아까 하신 그 긴급기자회견문 그대로다. 거기서 뭐 조금도 더 보태거나 더 진척할 것은 없다"며 "이 말씀을 확고하고도 반복적으로 계속하셔서 의미 있는 그런 진척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가 무산된 직후 두 후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82.82%라는 당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 수위를 거듭 높인 셈이다. /박헌우 기

그러면서 단일화를 압박하는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렇게 전혀 후보 등록할 생각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 후보 간에 서로 대화하고 근접시킬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다 막아놓는 사람이 누구냐"라며 "그런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회동이 진행되던 중간에 "권 비대위원장이 황우여 전 선거관리위원장을 찾아가 '오늘 저녁에 김 후보와 한 후보 회동은 결렬될 것이 명확하다. 오늘 저녁 바로 선관위를 다시 열어 내일 후보자 토론, 모레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를 정하는 그런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 막 대화하는데 당에서는 벌써 김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선관위원장을 찾아가 새로 회의를 열고 내일부터 다시 대통령 후보 선거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 조용술 대변인도 회동 이후 "당무우선권은 적법한 절차에 의한 김 후보에게 있고, 김 후보는 당 대표 지위와 같은 권한을 행사한다"라며 "그런 차원에 있어서 당의 입장이라는 건 김 후보에게 있고, 당이 당무우선권 아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강조했다.

단일화를 두고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 갈등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오는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냈다. 이에 김 후보는 "저를 강제로 끌어내려는 시도"라고 반발했고, 이날 김 후보 측은 서울남부지법에 전국위와 전대 개최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 지도부는 또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전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 회동이 무산되자 두 후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82.82%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김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 수위를 거듭 높인 셈이다.

한편 김 후보는 첫 회동 이후 한 후보를 향해 "단일화 논의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한덕수 후보께 내일 추가 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제안에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김 후보자가 내일 회동을 제안한다면, 사전에 약속을 잡은 분들께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최대한 기존 일정을 조정해 시간이 되는 대로 김 후보자를 만나 뵙겠다"며 만남 가능성을 내비쳤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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