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군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보이는 전투기 잔해가 흩어져 있다. AP연합뉴스 |
남아시아의 최대 숙적이자 이웃인 두 핵무장 국가 인도와 파키스탄이 6년 만에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인도령 카슈미르의 휴양지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78년 가까이 지속된 해묵은 영토 갈등이 폭발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인도 정부는 7일(현지시간) 오전 1시5분부터 약 25분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등 9곳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신두르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2일 양국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주 휴양지인 파할감 일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테러가 발생해 최소 26명이 사망한 지 약 2주 만에 단행한 최대 규모 공격이다.
파키스탄을 테러 배후로 지목한 인도는 이후 12일 연속 국경 일대에서 파키스탄과 소규모 교전을 벌여 왔으나, 전투기까지 출격시켜 파키스탄 영토 곳곳을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몇 년간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파키스탄이 통치하는 카슈미르와 그 주변 지역을 산발적으로 공격해 왔다. 그러나 분쟁 지역 밖 파키스탄 영토인 동부 펀자브 지역까지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인도가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펀자브주를 공격한 것은 약 50년 만으로, 이는 군사적 충돌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짚었다.
테러 관련성을 부인해온 파키스탄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파키스탄은 인도령 카슈미르 내 인도군 진지를 포격하는 한편, 자국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인도 전투기 5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전투기 격추 주장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으나, 주요 외신은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이 지역에서 최소 3대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갈등 격화로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날 인도의 공습으로 카슈미르와 펀자브 지역에서 민간인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인도 역시 파키스탄의 공격으로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10명이 사망했고 최소 4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양국의 공습 지역 일대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공항이 폐쇄됐다. 인도는 이번 작전에서 파키스탄군 시설과 민간 시설은 표적으로 삼지 않았으며 카슈미르 내 테러 단체들의 기반 시설을 공습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파키스탄 측은 공격을 받은 곳 중 최소 2곳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이며 민간 시설들이 공격을 받았다고 맞섰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파키스탄은 인도가 저지른 이 전쟁 행위에 강력히 대응할 권리가 있으며, 현재 강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7일(현지시간)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의 한 병원에서 파키스탄군의 공격으로 다친 아이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
국제사회는 사실상 핵보유국인 양국 간 확전을 우려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세계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대립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양측의 무력 충돌이 “유감”이라며 “이 일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두 국가 모두와 이웃한 중국은 외교부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오늘 새벽 인도의 군사행동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우리는 양측이 평화·안정의 큰 국면을 중시하면서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하고, 국면을 한층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피하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할 당시부터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을 놓고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는 등 영토 분쟁을 벌여 왔다. 지난달 파할감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카슈미르 반군단체가 파키스탄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해온 인도는 자국 내 파키스탄인의 비자를 취소하는 한편 파키스탄 상품 수입 및 선박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에 나섰다. 이에 파키스탄도 자국 내 인도인 비자 취소, 무역 중단, 인도 항공기의 영공 진입 금지 등 조치에 나서며 맞대응했다.
급기야 인도는 전날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강물을 차단했고, 파키스탄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승인 없이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상 핵보유국(비공인 핵보유국)’에 속한다. 이 때문에 두 국가가 무력 충돌을 벌일 때마다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남아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쿠겔만은 로이터에 “2019년 인도령 카슈미르 에서 발생한 테러 당시 인도의 대응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공습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이에 상응하는 파키스탄의 대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확전 위험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국가 모두 핵을 보유했다는 점이 오히려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파키스탄이 현재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쉽사리 전면전에 뛰어들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2019년에도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경찰관 등 40여명이 숨지자, 인도 공군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공습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이에 파키스탄 공군이 인도 전투기 2대를 격추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졌으나,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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