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이스라엘 재무장관 “가자, 완전히 파괴될 것…주민은 3국 이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칸 유니스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칸유니스/AP 연합뉴스

이스라엘 내각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제3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이스라엘군이 사실상 가자지구 점령에 나선 상황에서 이 발언은 인종청소를 촉구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더이상의 휴전회담은 무의미하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각) 가자지구가 반년 안에 완전히 파괴될 것이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민들이 떠나 텅 비어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가자지구에서 희망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완전히 절망할 것이다.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이주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모트리치 장관은 2023년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 새로운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자는 주장을 계속해온 극우인사다.

바셈 나임 하마스 정치국 고위 간부는 이날 아에프페(AFP) 통신에 “가자지구 공습과 봉쇄로 기아·학살이 이어지는 한, 휴전 회담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휴전 제안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3월2일 이후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후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 물품마저 반입을 봉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가자 주민들은 재앙 직전에 처해있다는 구호활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상한 밀가루가 평소 가격의 30~40배에 팔리고 있고, 나무나 버려진 플라스틱 외 연료로 쓸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스모트리치 장관의 강경 발언이나 하마스의 휴전 회담 불참 선언은 이스라엘군이 사실상 가자 점령에 나선 ‘기드온 전차작전’ 승인이 내려진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스모트리치 장관의 발언을 두고 국제법 전공의 빅터 카탄 노팅엄 대학 교수는 “스모트리치 장관은 오래전부터 비슷한 말을 해왔지만, 정부가 군사 작전을 언급한 상황에서 이번 발언은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내각 회의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휴전을 파기한 뒤 가자지구의 70%를 강제 이주 명령을 내리는 등 주민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 사무소(OCHA)가 밝혔다. 이웃 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를 포함해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주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 계획 발표에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차기 선거까지 남은 15개월 동안 국내 극우 세력에 기대어 정국을 운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배척하고, 극우 정당에 의지해 연정을 유지해나가는 강경론을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이스라엘 내각은 가자 전쟁 초기 이스라엘의 대응 실패를 조사하기 위한 국가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기로 5일(현지시각) 결정했다. 영국 가디언은 또 이스라엘이 점령 계획을 재강조한 이유를,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용이자 다음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을 방문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본격 공세를 하기 위해서라고도 분석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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