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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치매 머니’ 154조, GDP의 6.4%… “경제 선순환 막혀”

동아일보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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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위, 치매노인 자산 전수조사

65세 이상 치매환자 1인당 2억 보유

2050년엔 488조… GDP의 15.6%

“제3자 무단 사용-사기 등 위험 커… 공공신탁 도입-공공후견 활성화를”

치매 노인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예금 등 자산이 총 15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의 6.4%가 이른바 ‘치매 머니’라는 의미다.

치매 환자는 스스로 자산 관리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가족이나 제3자가 치매 환자 자산을 마음대로 써버릴 위험이 있다. 후견인을 지정해 두지 않다가 생각하는 능력이 완전히 상실될 경우 사망 후 상속 말고는 자산 처분이 어려워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사회적으로도 치매 환자 자산이 계속 묶여 있으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막혀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잠자는 돈’이라고도 불리는 치매 머니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치매 머니’ 2050년엔 488조 원 달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건강보험공단, 서울대 건강금융센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치매 노인 자산 전수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치매 노인 자산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단은 최근 5년(2019∼2023년)간 건강보험 청구 자료, 국세청 및 5대 공적 연금기관 소득 자료,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재산 자료를 활용해 치매 노인 총자산 규모를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124만 명 중 소득 및 재산 등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76만 명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약 154조 원으로 조사됐다. 1인당 평균 자산은 약 2억 원이었다.

자산 유형별로는 부동산이 전체 74.1%인 약 114조 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금융 자산이 약 33조 원으로 21.7%를 차지했다. 저고위 관계자는 “치매로 인해 자산이 계속 묶여 있으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빨라지는 고령화로 국내 치매 노인이 급증하면서 치매 머니 규모 역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치매 노인은 2030년 178만7000명, 2040년 285만1000명, 2050년에는 396만7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저고위는 치매 머니도 2030년 220조 원, 2040년 351조 원, 2050년에는 488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50년 치매 머니 추산액은 예상 GDP의 15.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 “신탁 제도-공공후견인 제도 활성화해야”

인지 기능이 저하된 치매 노인 자산은 가족이나 제3자의 무단 사용이나 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의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수탁자가 되어 자산을 관리하는 ‘공공신탁’ 제도가 있다. 현재 국내에는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신탁 제도가 없다. 싱가포르에선 노인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된 비영리법인을 통해 저렴한 금액으로 신탁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제도로는 ‘치매 공공후견인’ 제도가 꼽힌다. 치매 환자들에게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치매 공공후견인 제도는 국내에 도입돼 있긴 하지만 이용률이 턱없이 낮은 상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처음 시행된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후견 심판 청구 접수 건수는 680건에 불과하다. 김민철 서영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는 6일 “치매 환자와 소통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에 비해 활동비 지원이 적어 공공후견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은 치매 머니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제도 등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사회복지협의회와 비영리법인, 은행이 함께 치매 노인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복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치매 노인 예금 통장이나 중요한 서류 등을 이들 기관에 맡겨 두고, 기관에서 은행을 찾았을 때만 치매 노인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미리 약정해두는 방식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앞으로 매년 치매 머니 규모 변동 상황을 분석해 공개할 것”이라며 “치매 머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지원 대책도 마련해 연말에 발표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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