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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박물관

조선일보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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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긴 박물관이 아닌 것 같아. 미래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신기하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있었다. 얼마 전 누군가 보내준 SNS에서 본 영상이다. 상설전시관의 으뜸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안내 로봇 ‘큐아이’를 보면서 그들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로봇은 간단하게 전시 설명도 하고 박물관의 위치도 안내한다. 한국어·중국어·일본어·영어를 하는 이 로봇에 반한 외국인들은 자신의 자세까지 낮춰가며 ‘큐아이’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상설전시관 1층에는 ‘실감 영상관’이 있다. 이곳은 길이 60m, 높이 5m 크기 공간의 벽면과 천장, 바닥에서 모두 영상이 나오는 곳이다. 얼마 전 이곳에 갔다가 영상을 즐기고 있는 20여 명이 모두 외국인이라는 것에 놀랐다. 영상이 시작하고 끝나기 전까지 한 명도 나가지 않았다. 첫 번째 영상은 고양이 한 마리가 흰나비를 쫓아다니며 놀다가 집 밖으로 나와서 작은 곤충들, 야생화와 식물들, 물고기들을 만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이어진 영상은 우리 문화유산 속 호랑이를 주제로 만든 것이었다. 관람객들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펼쳐낸 영상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듯했다. 2층에 있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감상실에도 외국인 7~8명이 모여 게임을 하고 있었다. 20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앞. 조선 후기의 이상적인 도시를 시각화한 그림으로 실물은 보존을 위해 길어야 1년에 3개월 정도밖에 공개 못 하는데, 이것을 게임으로 만들어 늘 볼 수 있게 했다. 조선시대 도시를 첨단 VR·AR 기기로 접하는 외국 관람객들의 표정은 꽤나 진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복궁 안에 있다가 2005년 10월 28일 용산으로 이전 개관했다. 올해로 20년을 맞는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과거의 문화유산을 품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한국과 외국을 연결하는 곳도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즐기며 박물관 정원을 산책하는 외국인들 모습을 볼 때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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