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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 기미 보이는 러시아 시장…국내 기업들, 재진출 고심

중앙일보 김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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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종전 기대감과 우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희토류 광물개발 관련해 미국 지분을 일부 인정하는 광물협정을 체결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종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할 수 있지만, 리스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2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러시아 시장에서 회사 차원의 영업은 없다”고 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종전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는 재진출을 공식 선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2023년 12월 러시아 자동차그룹 AGR 모회사 아트파이낸스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매각했다. 전쟁 전인 2021년 한 해에만 러시아에서 23만3804대를 생산·판매했지만, 경제 제재로 자금·부품 조달이 막히면서 공장을 멈춰 세웠다. 당시 공장 매각 대금은 1만 루블(당시 약 14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현대차는 올해 12월까지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넣었는데, 최근 이를 행사할지 검토 중이다. 기아는 2030년 판매 목표량(419만대)에 러시아(5만대)를 포함했다. 모두 재진출을 염두에 둔 조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트럼프 관세로 미국 수출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출처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판매량은 183만3852대로 전년대비 39.2% 증가하는 등 성장세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공장을 되사려 해도 아트파이낸스가 높은 가격을 부르거나, 되팔지 않으려 할 수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정부 주도로 자체 자동차 기업을 육성하고 싶어하기에 생산 시설을 되팔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진출해도 전쟁 기간 점유율을 확 늘린 중국 자동차업체와 경쟁해야 한다.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1년 러시아에서 4만2090대를 판매했던 중국 체리자동차는 지난해 31만1719대를 판매해 2위 브랜드를 꿰찼다. 같은 기간 GWM(3만6257→22만1675대, 3위), 지리자동차(3만3549→19만8781대, 4위), 창안자동차(3922→10만4141대, 5위) 등 중국 기업들의 러시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판매량은 36만6454→3만2614대로 급감했다.

국내 항공업계도 종전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국내 항공사들은 러시아 남쪽으로 우회한 노선을 운영하느라, 유럽행 항공편의 비행 시간이 길어지고 연간 수백억 원의 비용을 더 쓰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종전과 그에 따른 사후 처리가 완전히 이뤄지지 전까지는 영공 재사용, 러시아 취항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전업계도 종전 이후를 대비 중이다. LG전자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주 세탁기 및 냉장고 공장 일부를 가동했고, 삼성전자도 TV·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칼루가 공장 재가동 등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월부터 러시아에서 마케팅 활동도 재개했다. 다만 가전업계도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뺏긴 상황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재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중국 업체와 저가 경쟁을 해야 하기에 출혈이 클 수 있다”며 “다만 러시아 소비시장 추이에 따라 고급제품 위주로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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