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뒷모습 보이는 이)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한덕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피하면서 이틀째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김 후보는 단일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일각에선 김 후보가 계속 단일화를 미적댈 경우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교체하는 ‘플랜 비(B)’도 거론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11일)을 넘기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당내 대다수는 단일화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당심’으로 김 후보를 압박하는 한편, 단일화를 서두르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 후보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선 때 약속해놓고 왜 안 지키냐”
국민의힘은 6일 오후 국회에서 1시간 반가량 의원총회를 열어, ‘신속한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김 후보를 비판했다. 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대체로 “경선 때 한 후보와 단일화를 약속해 후보가 돼놓고,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성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후보가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하니, 감정을 건드리지 말고 대화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 당원 단일화 찬반 투표’ 실시 계획을 알리면서 분위기가 더 격해지진 않았다. 전날 의총에서 “단일화하겠다면서 기한을 안 정하는 건 사기극” “설득이 안 되면 힘으로라도 가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후 의총은 권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구·경북을 찾은 김 후보를 직접 찾아가 설득하기로 하면서 중단됐다.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찾아가려고 케이티엑스(KTX)에 올랐지만, 도중에 김 후보가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서울로 복귀하면서 대전에서 발길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밤 다시 의총을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김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경주에서 김 후보를 만난 김대식 의원은 “당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7일 의총에 참석하겠다고 김 후보가 말했다”고 전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저녁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권영세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다시 김 후보를 찾아가 설득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과, 지나치게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내일 적절한 시간에 의총을 열어, 김 후보 얘기를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주장을 직접 듣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단일화 신속 추진을 설득하겠다는 취지다.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시한별 차이점 |
“11일 넘기면 파산”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이날 공개적으로 ‘후보 교체론’을 주장하는 등, 당 일각에선 “김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지 않으면 ‘플랜 비’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후엔 한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
국민의힘이 ‘11일 전 단일화’에 사활을 거는 건, 무엇보다도 현재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보다 한 후보 지지율이 더 높아 한 후보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후보 등록일을 넘겨 한 후보로 단일화하면 국민의힘 기호 2번을 쓸 수 없을뿐더러, 당이 선거비용을 지원하더라도 국고에서 보전받을 수가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전날 긴급 의총에서 “11일 이후에 한 후보가 이기면 우리는 돈을 써도 보전을 못 받는다. (단일화 후보지만 무소속인 한 후보 지원에) 580억원을 쓰고 못 돌려받기 때문에 (당은) 파산”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후보 단일화 여부를 전 당원에게 묻는 찬반 투표를 7일 실시하기로 한 건, 한 후보와 단일화를 앞세워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 압박 카드다. 이날 나온 중앙일보·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85%가 두 후보의 단일화에 찬성했다. 권 위원장은 투표 계획을 알리며 “이제 와서 (김 후보가) 신의를 무너뜨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거고, 국민도 당과 우리 후보를 안 믿게 될 것”이라며 “(김 후보는) 스스로 한 약속을 다시 한번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김 후보 쪽은 “단일화 의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말씀드렸다”며 “(김 후보는 단일화에) 당연히 찬성하는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찬반 투표를 하겠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 안에선 압박과 동시에 설득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김대식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됐으니 먼저 축하하고 박수 쳐주고 했어야 하는데, 단일화 얘기부터 나오니 (김 후보가) 섭섭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환 충북지사 등 국민의힘 시·도지사 11명은 이날 성명을 내어 “단일화 없이는 이길 수 없다. 누구도 이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며 “당장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압도적이지 않은데도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밀어붙이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영남 재선 의원은 “김 후보가 3차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됐는데, 단일화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경주/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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