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워싱턴디시(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동안 언론에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영화에 무려 100%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한 25%의 ‘품목 관세’는 그대로 둔 채 ‘상호 관세’만을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실상 모든 품목에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위협한 셈이다. 미국이 이런 강경한 태도를 버리지 않은 한, 한·미가 윈윈할 수 있는 ‘7월 패키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미 공개한 7월8일이란 ‘시한’에 구애받지 말고, 관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을 얻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영화 산업이 매우 빨리 죽어가고 있다”며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산 영화에 대해 즉시 100% 관세를 부과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영화 산업이 황폐화되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뜻을 맞춘 노력 탓이므로 이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굳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언급한 것은 대통령에게 관세 등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준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튿날인 5일엔 다음주에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공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앞선 1998년 국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세금 매기기가 쉽지 않은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뒤 이를 2년마다 연장해왔다. 또 영화 산업은 할리우드를 보유한 미국이 절대적 ‘비교 우위’를 갖는 산업으로 꼽힌다. 결국, 트럼프의 영화 발언은 ‘트럼프 관세’에 성역은 없다는 말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백악관은 5일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났다.
미국은 한·일 등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품목 관세’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불합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이 원칙을 깨뜨리지 못한 채 7월8일이란 시한에 얽매여 ‘안이한 타협’을 하고 나면, 트럼프가 이후 쏟아낼 추가 관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이 ‘모든 관세’를 협상 대상으로 인정할 때까지 일본과 보조를 맞추며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 당장 눈앞의 피해에 흔들려 무너지면,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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