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무소속 후보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격하해 논란이 된 한덕수 무소속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같은 표현을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5·18을 소요 사태라고 선전한 전두환 신군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취지에서 해당 표현을 쓴 것이어서 맥락이 전혀 다른데, 이를 부분만 잘라내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후보는 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광주 사태’ 논란과 관련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폄훼할 요만큼의 생각도, 의사도 없었다”며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4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주 사태’란 표현을 썼다고 걸고 넘어졌다. 이 후보도 자신과 같은 실수를 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광주 사태는 전두환 신군부가 5·18을 광주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로 규정하며 쓴 표현으로 이후 진상규명 작업을 거쳐 공식적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게 돼 더는 쓰지 않는 표현이다. 그간 강경 보수 인사들이 5·18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왜곡하고 소거하기 위한 의도에서 해당 표현을 써 논란이 됐던 만큼, 한 후보에게도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 후보의 논란과 이 후보의 ‘광주 사태’ 언급은 맥락이 다르다. 이 후보는 당시 “세월호 참사에서 34년 전 ‘광주 사태’의 데자뷔를 느낀다”는 내용의 글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 군사반란 세력에 집단 살해당하고 폭도로 몰렸던 5·18 피해자들과 자식을 잃고 국가 질서를 위협하는 종북 세력으로 몰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는 취지에서, 의도적으로 전두환 신군부가 쓴 ‘광주 사태’ 표현을 작은따옴표를 붙여 쓴 것이다. 당시 전체 글을 보면, 이 후보는 광주민주화운동과 ‘광주사태’를 분명히 구분해서 썼다.
누리꾼들은 한 후보의 발언과 이 후보의 원문을 비교하며 “자기가 잘 몰랐다가 깨우친 역사적 진실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후 관계를 설명하며 발언의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한 후보는 지난 3일 전날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가 광주 시민들의 거부로 무산되자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고 외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광주 사태’란 표현을 두차례 썼다. 그는 “5·18 광주 사태에 대한 충격과 아픔은 광주에 계신 분들이 가장 아팠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도 호남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가슴이 아팠고, 여러분들과 같은 충격과 아픔을 충분히 느끼고 있던 사람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군 복무 중에 5·18 민주화운동 소식을 접한 사실을 전하면서 “광주 사태”라는 표현을 한 차례 더 썼다. 5·18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정작 적절한 법정 용어는 쓰지 않은 것이다.
5·18민주화운동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지난 4일 공동성명을 내어 “(한 후보의 ‘광주 사태’ 지칭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폄훼하고 국회와 헌법재판소, 국가기관이 이미 확정한 ‘민주화운동’으로서의 공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 후보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고위 공직 경력을 바탕으로 국무총리에 오른 인물로, 헌정을 파괴한 내란세력의 통치 질서에 복무했던 인물이다. 그러한 이력이 있음에도 일말의 반성과 책임의식조차 없이 ‘광주 사태’라는 용어를 입에 올린 것은 5·18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