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나라와 미국이 이달 본격적인 통상협의에 착수한다. 우리 정부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의 사퇴 여파 속에서 대미 통상 협상의 사실상 컨트롤타워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은 오는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통상협의를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이 총괄하는 실무급 인사를 워싱턴DC에 보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본격적인 관세 협상을 위한 기초작업인 기술 협의를 마쳤다. 기술 협의는 고위급 회담 전 실무급에서 협의체 구성과 의제 등을 조율하는 절차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월 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이후 미국을 다녀온 후 성과로 에너지와 조선 등 전략 산업 분야 협력을 위해 국장급 실무 협의체 구성을 발표했지만 결국 실체도 없이 3개월만에 새로운 실무 작업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로인해 당시 방미성과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미국 출장을 다녀온 안 장관은 지난 3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에너지·조선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며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관세와 비관세 등 통상 현안을 아우르는 의제를 세분화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18개국과 관세 협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현재까지 세분화된 의제와 프레임워크 내용은 모두 미국 측의 보안 요구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관세와 쿼터(할당), 비관세 장벽, 디지털 무역, 원산지 규정, 경제안보, 기타 상업적 쟁점 등이 협상의 큰 범주로 프레임워크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7월 8일까지 양국이 상호 윈-윈(Win-win)하는 ‘패키지 딜’(일괄합의안)을 준비하되,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정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중요 쟁점은 남겨둔 채 중국과 일본 등 인접국의 협상 동향도 주시할 계획이다.
작업반 구성과 함께 세부 의제 조율을 위한 한미 간 실무급 협의는 이번 주부터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급에서 세부 의제 조율이 완료되면 이달 15~16일 제주에서 열릴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최종 안건 확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APEC 회의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참석한다. 그리어 대표의 참석에 맞춰 양국은 고위급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USTR 대표의 카운터파트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지만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이번 양국 고위급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럴경우, 통상본부장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USTR 대표 방한시 산업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다. 산업부 장관의 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에서 이뤄진 한미FTA 개정협상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주도적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USTR 대표와 개정협상을 체결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의 대외직함은 통상장관인 ‘Minister of Trade’다.
우리 정부는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기한 전 신속한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차기 정권 출범 이후에야 정상 간 톱다운식 일괄 타결이 가능한 데다, 경제·통상 전반에서 한국과 긴밀히 얽혀 있는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국가들의 대미 통상 협상 동향도 참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관세 협상을 시작한 일본 정부도 품목 관세 문제로 협의가 교착 상태에 놓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와 2차 관세 협상을 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장관)은 3일 귀국한 뒤 기자들에게 “자동차와 철강 분야가 협상 패키지에 들어가지 않으면 합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역시 “자동차 관세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품목 관세를 없애지 않으면 미국과 합의할 수 없다고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