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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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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촉구 비상시국 선언을 하고 있다./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촉구 비상시국 선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 이후 민주당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5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이 후보 공판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미루라”고 요구했다. 사법부의 가장 고유한 권한에 속하는 재판 일정을 좌지우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의원총회에서는 “사법 쿠데타”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보복성 탄핵’을 거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법원이 연결돼 있다”는 음모론도 나왔다. 국회 다수당이 사법부를 향해 “풀스윙을 하겠다”며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이 불안감을 느꼈다.

한 달 전,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을 때 그의 강성 지지자들도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판결에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 보수 성향 조한창 재판관에게 특히 배신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있었다. 일부에선 “유혈 혁명”까지 거론했다. 탄핵 찬반 양측이 거리에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달랐다. 당 지도부는 곧바로 “안타깝지만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 또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헌법재판소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국민 여론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 관계자는 “우리라고 억울함이 왜 없었겠나. 적어도 국민 눈치 보는 척이라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례적인 말조차 없었다. 오히려 당사자인 이 후보가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의 해프닝”이라고 했다. 피고인이 법원 판결을 무시한 것이다. 이 후보는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지층을 부추기기도 했다.

민주당은 1955년부터 70년 역사를 자랑한다. 그간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도 적지 않다. 민주당 역사에 지금처럼 무차별 탄핵으로 행정부를 무력화하고, 재판에 불복해 사법부를 무릎 꿇리려 한 적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이재명의 민주당’이 된 다음 벌어진 일이다. 다른 헌법 기관을 무시하고, 의견이 다른 국민은 신경 쓰지도 않는 정당이 과연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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