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 경제부 앞에서 시위대 '녹색 티셔츠 운동'이 기습 시위를 연 장면. 시위대는 오는 17일 대만의 마지막 원전 ‘마안산 발전소 2호기’ 가동이 종료돼, 공식적으로 '탈원전'을 달성하는 대만 정부의 정책 강행에 항의하기 위해서 모였다. 대만의 한국전력공사 격인 대만전력공사 직원 100여명이 이 시위에 참석했다./페이스북 |
근로자의 날이었던 지난 1일, 이른 오전부터 대만 타이베이 경제부 청사 앞에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오는 17일 대만에 마지막 남은 원전 ‘마안산 발전소 2호기’의 폐쇄로 대만의 원자력 발전이 공식 폐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유예하지 않고 기존 계획을 강행하는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눈길을 끈 점은 이날 시위에 백 명이 넘는 대만의 국영 전력 기업 대만전력공사 직원이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대만에서, 공기업 직원들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에 직접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건 절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이 시위를 주도한 대만전력공사 직원 양자파(楊家法)는 원전을 폐기하고 친환경 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 분야의 ‘폰지 사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정책으로 국가 전력망이 붕괴될 것이 뻔하고, 그 책임은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탈원전 정책이 단순히 비싸고 효율도 안 좋은 방식을 선택했다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친환경 발전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정치적·사회적 압박 때문에 대만전력공사가 대만의 신흥 ‘녹색 기업’들의 무리한 전력 수매 요구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국민의 혈세가 그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만전력공사의 누적 적자는 현재 약 4200억 대만달러(약 19조6000억원), 부채 규모는 2조6000억 대만달러(약 121조3000억원)로 추정된다. 안정적으로 80%대를 유지하던 대만전력공사의 부채 비율은 2022년부터 90%대로 올랐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부채 비율이 현재 500% 안팎을 오간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대만전력공사가 비교적 잘하고 있고 이 공기업 직원들의 반발이 오히려 ‘오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전의 부채 비율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까지만 해도 150% 정도였다. 적자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란 이들의 경고가 절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탈원전 정책을 잠시 유보함에 따라, 대만의 사례가 이제는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겠다고 밝히며, 과거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잡았던 2050년보다 10년 앞당기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력 공급 문제가 국가의 명운과 직결된 상황에서, 비용과 경제성 문제를 충분히 고심한 끝에 내세운 계획인지 의심스럽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5월 파산 위기에 빠진 대만전력공사에 1000억 대만달러(약 4조6000억원)의 지원금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금액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력 생산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전반적으로 손보거나,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는 대신 국가 예산을 투입해 일단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이런 식의 극약 처방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까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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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류재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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