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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여름에 어울리는 옷 사람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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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여름에 어울리는 사람아. 여름옷을 입었는데 너는 영 다른 사람 같다. 여름옷을 처음 입어보는 사람일 테니 그 모습이 귀엽고 신기해서 오래 들여다보는데 너는 정말 여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군. 이 계절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네. 나도 어떤 계절이든 그 계절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면 참 좋을 텐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나를 통해 드러난다면.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하여튼 너는 지금 여름과 여름옷이 되는 사람. 여름 표정이 되는 사람아. 여름 몸짓이 되는 사람아. 여름 풀벌레와 여름 야시장이 되는 사람아. 그렇게 여름이 되어 있는 사람이므로 너는 여름 목소리를 내어 나를 부를 것 같네. 하지만 부르지는 않았는데. 그런데도 나는 웃으며 겨울 목소리를 내어 응답했는데. 나도 오래전의 여름옷을 입은 채 서 있는 사람 같았는데.


봄을 다 보내지도 못했는데 벌써 여름이 당도해 있다. 두꺼운 카디건을 걸치고도 목덜미가 서늘해 수시로 몸을 움츠리는 건 나 하나뿐. 주변 사람들은 죄다 반팔 셔츠를 꺼내 입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고 얼음이 든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야말로 “여름에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이맘때면 누구보다 먼저 “여름 표정이 되는 사람”, “여름 몸짓이 되는 사람”.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떤 계절이든 그 계절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면 좋은 일이겠으나 특히 여름에는 더 제철 사람이 되고 싶다. 신록의 거리를 걸으며, 너는 참 여름을 닮았네, 그런 말을 건넨다면 상대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리. 따라 웃다 보면 겨울 사람도 잠시 여름 사람이 되려나.

이제 막 첫 여름을 맞는 사람도 있겠다. 지난가을 혹은 겨울에 태어난 아기는 곧 첫 여름옷을 입겠다. 그 모습을 귀여워하며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람의 표정 또한 맑고 울창하겠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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