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이혜영, 데뷔 45년차 배우의 관록 [인터뷰]

한국일보
원문보기
배우 이혜영, 영화 '파과' 인터뷰
60대 노인 킬러 역할 소화하며 부상 투혼까지
민규동 감독의 철저한 연출 계산 하에 완성된 이혜영표 킬러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혜영은 본지와 만나 영화 '파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담은 영화다. NEW, 수필름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혜영은 본지와 만나 영화 '파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담은 영화다. NEW, 수필름 제공


올해 데뷔 45년차를 맞이한 배우 이혜영이 영화 '파과'로 그의 관록을 과시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혜영은 본지와 만나 영화 '파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담은 영화다.

극중 이혜영은 모든 킬러가 열광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전설적인 킬러 조각을 맡았다. 먼저 이혜영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Berlinale Special) 섹션에 초청된 소회를 전했다. 이혜영은 "베를린에서 기세등등하던 것이 사라졌다. 쏟아지는 모든 것들이 칭찬 일색이다. 그래서 너무 모든 것이 감사하다. 세상이 달라졌는지 제가 스타가 됐는지"라고 말하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이혜영은 사실 '파과'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과 어울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도 '파과'를 택한 이유에 대해 이혜영은 "이야기 속 조각에게 느꼈던 파워가 궁금했고 수수께끼 같으면서 비현실적이었다. 영화로 한다고 했을 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거칠고 뻔한 대사 스타일이 있는데 할머니 말투가 상상이 안 됐다"라고 돌아봤다. 아울러 민규동 감독의 전작들에서 묻어난 민 감독 특유의 화려함이 이혜영의 궁금증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혜영은 조각의 흔들림, 상실감을 두고 '손톱이 되기까지 살아남기 위한 존재'라고 분석했다. 류가 죽고 나서 살 이유가 하나도 없는 여자이기에 조각이 류의 환생이라는 해석하에 연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혜영의 조각은 수수께끼로 이루어졌다. 상실을 견뎌내겠다는 여유, 초월한 태도를 보이는 것까지 모두 철저한 계산으로 구성됐다.

함께 호흡한 김성철에 대해선 "김성철이 어리다"라면서 "성철은 조각과 투우의 관계를 배우의 힘으로 만들었다. 저는 그에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어리고 경험이 없는 아이에게 오는 저돌적이면서 청순한 힘이 있다. 성철이 한 살만 더 먹으면 나오지 않는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면서 "저는 한 게 많이 없다"라며 거듭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혜영은 "조각의 모습은 감독님이 상상한 대로 했다. 옷 입는 것부터 걸어가는 것 모든 것에 제약을 받았다. 민 감독님은 정말 귀엽다. 저를 절제시켰다. 감정이 길다던가, 짧게 해달라던가. 절제되고 계산된 연출이었다. 감독님의 조각이 훨씬 좋았다"라고 말했다.

부상 투혼까지 감내한 연기 열정


많은 액션과 절제된 감정 연기까지 이 작품은 결코 쉽지 않았을 터다. 그는 "사실 촬영 내내 불안했다. 부상이 계속 있었다. 부상만 있고 보람이 없으면 어쩌지. 고독감이 있었다. 회복이 더디니 걱정이 많이 됐다. 이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갖게 될까 걱정했다"라고 토로했다.

"'파과'는 모든 것이 다 힘들었어요. 스턴트가 다섯 바퀴 구르면 저는 세 바퀴를 굴러야 감정이 맞아요. 대역 배우가 저의 스피드를 맞추는 게 힘들었을 겁니다. 훈련을 많이 했어요. 눈 뜨면 기계처럼 발차기를 했을 정도였어요. '피도 눈물도 없이' 땐 미녀 삼총사 찍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기운을 빼고 감정을 기술적으로 해야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액션도 해야 했는데요. 특히 한 프레임에 갑자기 요구되는 것들을 바로 표현해야 했습니다. 맞고 넘어지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갈비뼈 나가고 계속 촬영을 했는데 결국 정형외과를 갔죠.(웃음)"


이 영화의 인물들은 무용, 또는 유용이라는 단어를 뱉는다. 이를 두고 이혜영은 "우리 영화에 쓸모라는 단어가 나온다. 쓸모 있는 배우가 되려면 이 과정에서 살아남아야겠다. 인형처럼 프레임 안에 있는 게 싫으니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배우가 고통이 있어야 액티비티가 나온다"라면서 많은 후배들의 존경심을 받게 만든 연기관을 드러냈다.

"배우는 늘 고통스러운 직업"


연기를 하다 고되고 지칠 땐 이혜영은 연기 일지를 매일 쓰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냐는 질문에 "주로 감독님을 향한 원망, 현장의 어려움. 나를 괴롭히는 10가지도 넘는 상황들. 마음 한 구석에는 절실하게 바라는 노트들이 있다. 엄살을 떨었지만 그만큼 작품이 잘 나오길 원했다"라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 이혜영은 "배우란 직업은 너무 고통스럽고 괴롭다. 즐거웠던 적이 없다. 저처럼 고통에 익숙한 사람이 배우를 하는 것 같다. 저는 고통에 익숙하다"라며 연기에 대한 애증을 전했다.


이혜영의 연기 원천은 '통제 안 받은 액팅'이란다. 민 감독은 그런 이혜영을 정확하게 절제시키면서 더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었다. 이는 사실 이혜영이 가장 원한 지점이라는 아이러니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언제나 나를 통제해달라고 말해요. 결혼과 자식, 안정된 가정 속에서 오히려 연기가 안정됐죠. 불안하고 심리적으로 조울증도 있었고 정신병원을 다녀야 하는 사람이었지만 연기를 통해 살아남았고 어떤 사람에겐 즐거움을 줬습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안성기 심정지
    안성기 심정지
  2. 2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
    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
  3. 3헌법재판소 기본권 보장
    헌법재판소 기본권 보장
  4. 4아이유 2억 기부
    아이유 2억 기부
  5. 5통일교 한일 해저터널
    통일교 한일 해저터널

한국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