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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은 국민을 깔보는 것인가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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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혁용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궐위선거를 한달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조희대 대법원의 판결을 보며, 판결의 핵심은 '국민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가'라는 기준이라고 이해했다. 인상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기존 판례에 상충하는 새로운 판례를 제시하면서 그 법리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는, 매우 엉성한 결정문이었다. 이번 대법원 선고요지 생중계와 결정문은 한사람의 국민인 내게 여러 인상을 주었다.



우선, 대법관들에게 공적 마인드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심우정 검찰총장 등 고위 행정부 인사들을 통해 공직자들의 공공성 결여를 느꼈고, 판사 지귀연에게서는 법관의 기회주의적 책임 회피를 보았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이 대법관들의 충분한 숙의 없이 선거 직전에 무리하게 판결을 강행한 것은 공적 마인드와 책임성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공무원은 공익을 위한 책무를 지닌 직업이지만, 고위공직자들은 행정부든 사법부든 공공성을 무시한다는 인상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이 기본권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참여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 직전에 사법부가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의도치 않은, 혹은 의도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를 알면서도 그랬다면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관들의 평균 연령은 나와 비슷하거나 더 많다. 이들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권위주의 시기에 자랐고, 1987년 민주화 시기에 대학을 다녔거나 판사 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우리 세대는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태어나 자유와 기본권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대와는 다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법관들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선거를 한달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심을 내리는 일이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깊이 고민하고 충분히 논의했어야 했다. 일부 대법관들이 보충의견에서 인용한 ‘2000년 부시 대 고어’ 판례는, 2000년 미국 대선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선거로 만든 사례다.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 재검표를 중단시켜 조지 부시의 당선을 확정 지었고, 그 결과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것이 아니라 연방대법원이 사실상 임명한 것처럼 보였다. 만약 조희대 대법원의 판결로 이재명이 후보 자격을 상실하거나, 유죄 확정 때문에 유권자들이 표심을 바꿔 다른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역시 국민이 아닌 대법원이 임명한 대통령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민주적 정당성이 의심받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조희대 대법원은 선거 직전에 이 사건을 다루지 말았어야 했다.



가수 조용필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연말 가수대상 시상식을 즐겨봤는데, 오직 조용필을 보기 위해 두시간 넘게 기다리곤 했다. 그는 항상 마지막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2·3 계엄과 내란 이후,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 복원을 진행하려는 마지막 순간, 조희대 대법원이 마치 조용필처럼 갑작스레 등장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은 조용필이 아니다. 조용필은 거의 모든 대중음악 장르를 철저히 연구했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새로운 음악을 계속 만들어왔다. 하지만 대법관들은 모든 법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10명의 다수 의견 대법관들은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법 해석이나 고민도 부족해 보였다. 티브이(TV) 화면에 비친 그들은 마치 2집 앨범에 멈춘 조용필 같았다. 아마 그들은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해 법조 엘리트 경력을 쌓은 끝에 대법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그들은 초반 성취 이후 실력과 시대적 감수성을 갱신하지 않은 채 ‘지대 추구’에 머문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 모습은 행정부 고위 관료들도, 나아가 586 정치인들도 비슷하게 보일 것이다. 사실 50대 남성이 다수를 이루는 국회도 변화한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법을 만드는 데 매우 느리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결정문과 조희대 대법원의 판결문을 읽고, 두 기관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재 결정문에서 국민은 주권자이며, 계엄령에 맞서거나 소극적인 저항으로 반헌법적 명령을 거부한 존엄한 존재로 그려진다. 반면 대법원 결정문에서의 국민은 정치인의 발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조차 분별하지 못하고, 쉽게 현혹될 가능성이 있는 수준 낮은 존재라는 점을 전제한다. 기득권 엘리트일수록 국민의 역량을 낮게 보고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지위와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법원이 선거 직전에 이 사건을 무리하게 판결한 이유가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주권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느꼈다. 그 뿌리에는 국민을 아래로 깔보는 오래된 시선이 존재한다. 자유로운 선거에 대한 교묘한 개입과 방해는 민주주의 퇴행의 대표적 징후 중 하나다. 민주주의 퇴행의 대표적 사례인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정권이 충성파로 채운 사법부는 에르도안의 강력한 대선 경쟁자를 징역형에 처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조희대 대법원이 한 일이 이와 다를 바 없다. 국민은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의 대법관들은 실질적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며 민주주의 퇴행에 가담하였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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