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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단체 몽니에 13년째 13개로 묶인 편의점 상비약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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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비약 품목이 13년째 '13개'에 묶여 있다. 해열진통제 5개, 감기약 2개, 소화제 4개, 파스 2개에 불과하다. 2012년 공휴일이나 심야 시간에도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이후 단 한 품목도 추가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진통제 2개 품목은 생산이 중단되면서 실제 구매 가능 품목은 11개뿐이다.

반면 미국은 30만개, 영국은 1500개, 일본은 930개 이상의 의약품이 약국 외에서 판매된다. 이들 국가는 안전성이 확인되면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하도록 활발하게 재분류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6개월마다 재분류를 업데이트한다. 그러나 한국은 약사단체의 반발 탓에 꼼짝도 못하고 있다. 품목 확대를 위한 지정심의위원회는 2018년 이후 열리지 못했다. 상비약 품목을 20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법 규정이 사문화된 셈이다.

약사단체는 오남용 문제를 지적하며 공공심야약국 확충이 더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러나 공공심야약국은 대부분 새벽 1시면 문을 닫고, 농어촌이나 외곽 지역에서는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반면 편의점은 전국에 4만4000곳 이상이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상비약 매출의 12% 가까이가 새벽 0~6시에 집중된다. 의료 공백 시간에 불편을 겪는 국민에게 '약국에서만 약을 사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제 상비약 품목 확대를 더는 늦출 수 없다.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알레르기약, 어린이 감기약 등 실생활에 필요한 의약품이 빠져 있는 상황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약사단체가 거론하는 오남용 문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부작용 발생 시 식품의약국(FDA)과 후생노동성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판매자 교육과 모니터링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상비약 품목을 늘리고 안전대책을 강화하면 의약품 접근의 '편의'와 소비자 '안전'의 균형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더는 직능단체 이익을 위해 국민 건강권을 희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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