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기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극우’ 스티븐 밀러 거론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겸 국토안보보좌관(40)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6개월 안에 차기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며 그 후보로 밀러 부비서실장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러는 간접적으로 이미 그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말할 게 많기 때문”이라며 “그는 행정부에서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 및 연설담당관을 지냈으며 미등록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2기 행정부에서도 이민자를 중남미로 대거 추방하는 이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매일 만나는 극소수 중 한 명이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밀러 부비서실장은 10대 때부터 극우 논객들의 저서를 통독했으며 반이민, 반여성주의, 백인 남성 우월주의, 반이슬람 등 극우 성향을 보이는 인사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라틴계라는 이유로 절교했고, 재학 중이던 고교에 우익 사상가를 초청해 연설하게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밀러는 대통령이 가장 오랜 기간 신뢰해 온 보좌관 중 한 명”이라며 “법원 심리 없이 불법 이민자들을 즉각 추방하려는 행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밀러는 이민 문제에 대해 정말 긴밀하게 일해왔고, 두 사람은 완벽한 조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밀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즉 이민 정책에서 멀어지게 된다면” 국가안보보좌관 자리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 뒤 이 자리는 루비오 장관이 겸임하고 있다. 왈츠 전 보좌관은 행정부 고위 외교·안보 인사들이 모여있는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에 기자를 초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왈츠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 모르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란 공습을 논의한 것이 대통령을 화나게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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