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오늘 만나자”, 김문수 “덕담 수준”… 단일화 신경전 고조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예비후보 간의 단일화 주도권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오전 조계사에서 김 후보를 만난 한 후보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늘 중 만나자”라고 했지만, 김 후보 측은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며 선을 그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으로 김문수 후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자 그렇게 3번쯤 말했다”며 “(김 후보가) 확실한 대답은 없었고 ‘네, 네.’ 그 정도 말했다”고 전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한 후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단일화가 늦어진다’는 불만에 대해선 “모든 정치인들이 국리민복을 위해, 전체적인 통합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나라가 위기에 있다고 다들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후보 측은 촉박한 일정을 강조하며 단일화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자고 김 후보 측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반면 김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에 미온적이다. 우선 김 후보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가족동행축제’ 참석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한 후보와의 만남에 대해 “이따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한 후보 측이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김 후보에게 이날 중 만남을 제안했다’는 내용을 전한 직후, 김 후보 측은 “한덕수 무소속 후보를 잠시 조우했다.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 그외 다른 발언은 없었다”며 언론 공지를 내기도 했다.

김 후보 측은 김 후보 중심의 단일화 방향을 강경하게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 비서실장에 내정된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날 KBS 라디오에서 “단일화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김 후보의 자기 희생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대선 투표용지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름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선 참여가 예상되는 한 전 총리, 이낙연 전 총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모든 분들을 포괄해서 단일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 측이 김 후보 중심의 범보수 단일화를 내세우며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과정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아울러 김 후보가 탄핵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탄핵찬성파가 녹아든 범보수 단일화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지수로 남아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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