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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영화산업…정부지원 늘려 ‘K-영화’ 영광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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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영화관 총관객수는 1억2313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2668만 명의 약 54% 수준이다. 2025년 2월19일 서울 용산구 시지브이(CGV)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영화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한국 영화관 총관객수는 1억2313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2668만 명의 약 54% 수준이다. 2025년 2월19일 서울 용산구 시지브이(CGV)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영화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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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는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오프라인 활동은 회복되거나 더 성장했는데 영화관 사업만 회복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팝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에는 모두 사람이 넘쳐나지만 영화관만 이전만큼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박스오피스는 팬데믹 이전의 50~60%밖에 회복되지 않았고, 2025년은 2024년보다도 8% 이상 줄어들었다. 아마도 서랜도스는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인해 영화시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영화시장에서 활동해온 많은 제작자, 투자자에게 이 상황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우리 사정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한국 영화관 총관객수는 1억2313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2668만 명의 약 54% 수준이다. 그나마 한국 영화 관객수는 2024년 7147만 명으로 2023년보다 17.6% 늘었다. 2024년 상반기에 천만 관객 영화가 두 편(‘파묘’ ‘범죄도시4’)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영화 관객수는 더 줄어 영화시장 전체 규모는 축소됐고, 쏠림 현상으로 양극화도 심해졌다.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도 2024년 평균 2.4회로,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 성장기 수준으로 줄었다.





2024년 평균수익률 –16.4%





이렇게 시장이 위축되자 영화 투자 수익률도 낮아졌다. 우리나라에서 수익률을 집계하는 상업영화는 순제작비(총제작비에서 마케팅비 등을 제외한 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극장이 문을 닫았던 2020년 한국 상업영화 평균수익률은 –30.3%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1년 –22.9%, 2022년 –12.6%로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됐고, 2023년에는 다시 –31%까지 떨어졌다. 2024년에는 두 편의 천만 관객 영화 덕분에 조금 회복됐지만 그래도 평균수익률은 –16.4%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국 상업영화 평균수익률이 10.9%였던 것과 비교할 때 수익률 하락폭은 매우 큰 상태다.



문제는 영화 수익률이 저조해지면서 투자사, 배급사들이 투자 규모를 줄여 시장이 더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 투자는 2000년대 한국 영화 메인투자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배급사들이 메인 투자를 하고, 벤처투자자들이 부분 투자를 하는 형태가 정착돼왔다. 투자 시스템 도입 초반에는 메인 투자자들의 투자 비율이 50% 정도였으나, 영화시장이 성장하면서 현재는 영화 제작비의 20~30% 정도를 투자한다. 나머지 70~80%는 정부가 출자한 모태펀드 투자조합을 포함해 다양한 벤처투자자들의 투자로 충당된다.



우리나라 상업영화 투자 규모는 대략 연간 4천억~4500억원 규모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개봉영화가 크게 줄었던 2020~2021년을 제외한다면, 연간 한국 상업영화 개봉 편수는 35~40편 정도였다. 2024년 기준으로 평균 순제작비는 편당 93억8천만원, 평균 총제작비는 편당 115억원 정도다. 따라서 평균 총제작비에 제작 편수를 곱한 금액이 대략적인 시장 투자 규모라 볼 수 있는데, 연간 4천억~4500억원 수준이다. 투자 비율대로 나눈다면 시장이 전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배급사가 연간 1천억~1200억원 정도, 벤처투자자본이 대략 3천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이후 수익률 하락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영화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주요 투자배급사들의 투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2019년 약 7858억원에 육박했던 5대 투자배급사의 배급 매출액이 코로나19 이후 2022년 4797억원, 2023년 4366억원 등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투자배급사는 영화에 20~30% 정도만 투자하지만, 투자금 관리·감독, 투자 조달 및 유치, 배급 및 부가판권 관리 등을 총괄한다. 따라서 영화 제작에서 이들의 선도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벤처투자자들은 투자배급사의 투자, 배급, 관리 능력을 믿고 투자하는 경향이 크다.



2024년 12월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2\'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인해 영화시장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REUTERS

2024년 12월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2\'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인해 영화시장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REUTERS


투자배급사가 투자를 줄이면 벤처투자자도 연쇄적으로 투자를 줄인다. 과거에는 영화 투자가 타분야 벤처투자에 비해 투자금 회수 기간도 짧고, 수익률도 나쁘지 않아 벤처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영화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영화 투자가 벤처캐피털 회사의 내부수익률(IRR)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져, 점점 영화 투자를 꺼리는 추세다. 신규 벤처투자자의 진입은 줄어들고 기존 영화 투자자들만 투자를 지속함에 따라 영화 전문 벤처투자자 수도 과거에 견줘 많이 줄어들었다.



투자 위축의 결과는 2025년 신규 영화 개봉 편수 감소로 확인할 수 있다. 5대 주요 투자배급사인 시제이이엔엠(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뉴(NEW), 쇼박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2025년 개봉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 상업영화는 10~14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투자가 확정돼 2025년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도 10편이 채 되지 않는다. 2023~2024년 연간 35~37편의 영화가 개봉된 것과 비교할 때 신규 개봉 영화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2024년까지는 코로나19 이전 제작됐다가 개봉이 늦춰진 ‘창고영화’들로 인해 개봉 영화 수는 유지됐다. 2025년부터는 창고영화도 소진됨에 따라 시장 위축 영향을 대중도 직접 확인하게 될 전망이다.



영화산업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산업이 급성장하던 2000년대 중반에도 영화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던 적이 있다. 외부 자본이 영화 제작비로 과잉 공급되면서 발생했던 문제였다. 당시에는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제작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형태로 개편되면서 영화산업 수익률을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모태펀드 출자를 꾸준하게 유지함으로써 벤처투자자가 시장을 떠나지 않도록 지지 역할을 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에도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이번 위기는 과거보다 해결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투자배급사들의 영화산업 개선 의지가 높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투자배급사들도 투자를 줄이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OTT라는 매체의 출현으로 ‘영화관 영화’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때라 위기 극복에 더 오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작 자본이 부족해질 경우 산업 위축은 더 가속화되고 신규 영화 개발 전환도 어려워질 수 있어 자금 공급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다양한 지원 사업 확대돼야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영화계 위기가 심화된 2020년부터 모태펀드 영화계정 출자액을 꾸준히 늘리면서 영화 제작 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모태펀드 영화계정에 총 2270억원을 신규 출자해 5607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해왔다. 2024년에는 총 325억원을 출자해 653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를 진행했다. 2024년 개봉 영화 기준으로 본다면 모태펀드 자조합 투자액이 전체 상업영화 총제작비의 20.5%나 된다. 상업영화 5편 가운데 하나는 모태펀드 자조합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투자 비중이 높아졌다. 2011~2020년 전체 상업영화 총제작비 가운데 3~8% 수준을 모태펀드 자조합에서 투자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전체 영화 투자액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도 정부가 출자액을 늘려온 덕분이다.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액 증대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것을 펀드 투자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태펀드에 출자할 때는 자조합이 독립영화에 일정 비중을 꼭 투자해야 한다거나, 연차별로 일정 금액은 꼭 투자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넣어 정책적 성격을 담는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펀드는 민간에서 이뤄지는 ‘투자’이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수익도 고려하면서 정책적 성격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고민하며 투자하는 모태펀드가 이런 정책적 역할을 모두 담당할 수는 없다. 펀드는 펀드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각자 필요한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계에서 모태펀드 자금 확대와는 별도로 다양한 지원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시장에서 수요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 자금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한류 영상산업의 기초 역할을 해왔기에 위기감을 조금 더 강하게 느껴야 할 필요도 있다.



언제나 위기가 닥쳤을 때 변화가 탄생했다. 자본의 뒷받침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영화산업의 새 활로를 위해 지금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로 보인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zkim@koreaexi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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