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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 6살짜리가 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몸에 색깔이 다른 멍들이 있는 겁니다. 학대를 지속해서 받았다는 것이죠. 멍이 없어지기도 전에 다른 멍들이 생겼다는 겁니다.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다혜 씨(40·여)는 자신이 쉼터에서 일했던 경험 중 안타까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았지만,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학대받아 몸과 마음이 멍투성이인 아동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학대신고가 들어간 후 부모와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아이는 바로 '학대피해아동쉼터'의 보호를 받는다.
"가해자가 부모"…피해 아동의 혼란스러운 감정
장 씨는 쉼터에 입소한 아동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으로 부모에 대한 '양가적 감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대 행위자'는 부모인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건수가 2만 2106건(85.9%)으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는 대리양육자 1874건(7.3%), 타인 846건(3.3%) 순으로 나타났다.
장 씨는 "아이들에게 쉼터 자체는 낯선 환경일 수밖에 없다, 학대 행위자인 보호자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며 "나를 때린 사람이기 때문에 무서우면서도 낯선 쉼터 환경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가정 학대는 아동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 씨는 "또래 수준의 신체 발달과 인지 발달이 안 돼 있다. 정서적 발달도 늦는 경우가 있어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을 위한 응급실 같은 곳
장 씨는 현재 전국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학대피해아동에게 보호와 치료, 양육 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심신의 회복과 원가정 복귀를 지원하는 곳이다. 협의회는 소속된 152개소 쉼터 시설의 아동과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한 마디로, "119 응급실 같은 곳"이라고 비유했다. 실제로 가정 등에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긴급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장 씨는 "학대 피해가 발생하면 학대피해아동쉼터는 24시간 언제든지 입소가 가능한 곳"이라며 "언제든 아동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학대 피해 아동 관련 연락이 밤에 많이 온다"며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가정에서 주말, 공휴일, 저녁 등 가족들이 모여 있을 때 학대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학대피해아동 쉼터는 3개월에서 9개월까지 아동을 보호한다. 만약 회복이 필요할 경우 연장이 가능하다. 입소하는 아동들의 연령대도 0세부터 19세까지 가능하다. 1개 쉼터마다 입소 가능한 인원은 7명이다.
6일 국내 대표 실내 놀이공원인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5.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아이들에겐 '따뜻한 일상' 필요…부모도 교육받아야
학대피해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장 씨는 망설임 없이 "제대로 된 의식주를 갖추게 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안전한 주거환경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깨끗한 옷을 입는 것, 이것이야말로 기본적 욕구"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쉼터는 아이들의 평범함을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상 학대피해아동쉼터에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임상 치료 인력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어린이날 등과 같은 날이면 아동들을 더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한다. 장 씨는 "(원래 가정에선) 어린이날답지 않게 보내지 않은 아동이 많기 때문에 쉼터 선생님들은 이 부분을 신경 쓴다"고 했다. 쉼터 내부적으로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거나, 놀이공원 체험, 선물 나눠주기 등을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한 노력이다.
아이 중에는 원래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 씨는 "쉼터에서 아이들이 상담과 치료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게 되지만, 가정으로 돌아갈 경우 원래대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며 "쉼터를 떠난 아동들에 대한 사후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부모들도 '부모가 되는 방법'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장 씨는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 다양한 전문가·교수들도 공통으로 지적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날을 앞둔 2일 오후 서울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5.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학대피해아동쉼터의 고민…인력·주거환경
24시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학대피해아동쉼터. 장 씨는 격무 끝에 쉼터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24시간 시설임에도 시간 외 근무수당 등 정당한 보상을 받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예산이 문제다. 장 씨는 "학대피해아동 예산은 인건비·운영비·사업비로 구성돼 있다"며 "예를 들어 쉼터 6명이 근무한다고 하면 한정된 예산 내에서 인건비를 받아야 하는데, 근무 경력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해진 예산 내에서 인건비가 지급되다 보니 시간 외 근무수당을 기본적으로 책정하기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서울에서는 쉼터 장소를 구하는 것도 문제다. 장 씨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설치하려면 특정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에 맞는 곳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게다가 아파트와 같은 곳에 쉼터를 설치할 경우 층간소음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장 씨의 설명이다.
장 씨는 올해 '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됐다. 비록 현장을 떠나 쉼터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예전 현장에서 회복된 피해 아동들을 볼 때 느꼈던 감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초등학생인데 한글이 안돼서 쓰기·읽기 모든 게 안 되는 친구였어요. 학습 수준이 또래에 미치지 못했는데, 언어치료와 학습 등을 통해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됐을 때, 그 순간 보람을 잊을 수 없습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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