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AP/뉴시스]사도 성당의 수호자 브루노 실베스트리니 신부가 2021년 6월28일 바티칸시티의 시스티나 성당 문을 닫고 있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진행될 시스티나 성당이 27일(현지시간) 폐쇄됐다. 2025.04.28. /사진=유세진 |
전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수장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오는 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가운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콘클라베를 앞두고 후보 간 물밑 경쟁은 물론, 네거티브 공세가 심화되며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교회 개혁을 둘러싼 핵심 의제들이 얽히며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콘클라베의 핵심 쟁점으로 △결정구조 개편 △여성의 역할 △기혼 사제 허용 △이혼·재혼 문제 △성적 정체성과 성소수자 수용 △성폭력 문제 대응 △글로벌사우스(남반구 신흥국·개도국)의 대표성 확대 등을 꼽았다.
결정구조 문제로는 일반 신자, 여성, LGBTQ 등 소수자들의 교회 내 의사결정 참여를 늘리자는 진보적 시각과, 기존의 중앙집권적 구조를 선호하는 보수 진영의 충돌이 있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포용적이고 분권적인 방향을 제시했지만, 일부 추기경들은 이 같은 기조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 부제 서품과 기혼 사제 허용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에게 제한적 투표권을 부여했지만, 부제 서품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기혼 사제에 대해서도 "아직 교회가 준비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NYT는 "여성 활동가들의 압력으로 이 논의는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도 교회 내에서 첨예한 논쟁 거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고 동성애 범죄화를 비판했지만, 결혼은 여전히 남녀 간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바티칸은 성폭력 문제를 '열어둬야 할 상처'로 규정하며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사우스의 영향력 확대도 중요한 변수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필리핀, 콩고, 브라질 등 남반구 출신 추기경들의 부상에 주목하며, "차기 교황이 남반구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북반구 중심의 교회 구조에 균형을 맞추려는 흐름으로도 해석된다.
이처럼 중대한 의제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콘클라베를 둘러싼 네거티브 공세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바티칸 국무장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70)이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며, "교황 후보 자격을 잃었다"는 익명의 발언까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티칸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부인했다.
또 다른 후보인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은 성상 앞에서 리듬을 타는 영상,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부른 과거 장면 등이 재조명되며 '교황다움' 논란에 휘말렸다. 이는 타글레 추기경의 개방적 성향에 불만을 가진 보수 진영의 반발로 해석된다.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한 비판도 표면화됐다. 베니아미노 스텔라 추기경(84)은 사전 콘클라베 회의에서 "교회의 전통을 버렸다"며 교황을 공개 비판했으며, 이에 대해 일부 추기경들은 "가장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내부 반발을 보였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논란에 한몫했다. 그는 최근 "내가 교황이 되고 싶다"는 농담과 함께 보수 성향 티모시 돌런 추기경을 치켜세우며 교황 선출에까지 목소리를 냈다. 그의 트루스소셜 계정에는 교황 복장을 한 자신의 AI 합성 이미지가 올라와 조롱 섞인 반응을 자아냈다.
차기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는 오는 7일 시스티나 성당에서 비공개로 열린다. 전 세계 80세 미만 추기경들이 모여 다수 득표를 통해 새로운 교황을 결정한다. 경건과 은밀을 중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콘클라베는 극심한 이념 갈등과 정보전 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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