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총선에서 노동당 승리를 확정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캐나다 총선에 이어 오스트레일리아 총선에서도 반 트럼프 여론이 총선의 승부를 갈랐다. 3일 열린 앤서니 앨버니지 노동당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힘입어 야권인 보수 연합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오스트레일리아 에이비시(ABC) 방송은 4일 개표율 73.8% 집계 기준으로 중도 좌파 성향의 여당 노동당이 하원 151석 중 절반(76석)을 훌쩍 넘는 85석을 확보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보수 야당 연합인 자유당과 국민당 연합은 38석에 그쳤다. 자유당 지도자 피터 더튼도 낙선했다.
이날 총선 승리로 앨버니지 총리는 2022년 집권 이후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앞으로도 3년간 계속 집권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3일 밤 시드니에서 열린 노동당 승리 파티에서 지지자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한 이 시기에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낙관주의와 결단력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승리로 21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됐다.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해 2007년까지 재집권한 존 하워드 전 총리(자유당) 이후 처음이다. 더튼 자유당 대표는 “모든 패배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역전 드라마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발표되기 전인 3월까지는 노동당이 야당 보수 연합(자유당·국민당 연합)에 뒤진다는 여론조사가 많았다. 2월 24일~3월2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업체 로이 모건의 조사를 보면 보수 연합 지지율이 40%로 노동당(28.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슈는 생활비 위기였고 물가 상승에 대한 정부 대처에 불안감이 확산되며 노동당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달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매긴다는 정책을 발표하며, 선거의 승자가 될 것 같았던 자유당은 위태로워졌다. 야당이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과 비슷한 연방 인력 감축안을 발표하면서 오차 범위 안으로 격차가 줄었다. 연이어 나온 재택근로 감축 방안도 표를 잃게 하는 주요 정책이 됐고, 뚜껑을 열어보니 여론조사와 달리 노동당의 압승이었다.
지난달 2일 트럼프 행정부는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해서는 10% 기본 관세를 매겨 한국(25%) 등에 견줘 세율은 낮았지만, 총선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앨버니즈 총리는 외교 및 무역장관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을 동맹국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이는 유권자들에게 소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 역시 반트럼프 여론을 등에 업고 초반 열세였던 집권 자유당을 이끄는 마크 카니 총리가 보수당을 누르고 승리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총선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의 시엔엔(CNN) 방송도 “트럼프 시대 글로벌 혼란 속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유권자들은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자유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에 의해 운명이 바뀐 케이스”라고 보도했다.
재집권에 성공한 앨버니지 정권의 재무장관 짐 찰머스는 노동당이 승리를 확정한 뒤 “미중 무역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오스트레일리아를 보호하는 것이 재선된 노동당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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