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폐지 판 돈"…몰래 지구대 찾은 '세 아이 아빠' 사연은

경찰 "어린이날·크리스마스마다 기부한 사람과 동일인 추정"

3일 오전 부산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 기부자가 두고 간 선물상자. (사진=부산경찰청 제공)/사진=뉴시스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신을 기초수급가정의 다자녀 가장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평소 폐지를 팔아 모은 돈과 라면 등을 어려운 형편의 아이 가정에 전달해달라며 익명으로 기부했다.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따르면 3일 오전 10시30분쯤 지구대 앞에 한 남성이 종이 상자를 놓고 갔다. 상자 안에는 손 편지와 함께 라면 한 박스, 1000원짜리 지폐 35장, 어린이용 바람막이 점퍼가 있었다.

손 편지로 자신을 '세 아이의 아빠이자, 첫째는 장애 3급인 기초수급자 가정'이라고 소개한 그는 "한 달 동안 열심히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힘들게 모아봤지만 금액이 많지 않아 정말 죄송하다"며 "폐지를 판 돈으로 과자를 사려고 하니 금액이 모자라 라면 한 박스와 아기 바람막이 옷을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맛있는 치킨이라도 사 먹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과자를 못 사 마음에 걸린다"며 "그래도 바람막이 옷을 입고 밖에 나가 신나게 뛰어놀며 웃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세 아이 아빠'라는 이름으로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같은 방식으로 12번이나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기부자 의사에 따라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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