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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만은 안 된다’로 읽히는 이재명 상고심 대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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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2025.05.01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2025.05.01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이재명 유죄’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를 들어 무죄 판결한 원심(2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정작 새로운 판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판례 추세에 역행하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전합 회부 9일 만에 선고를 내린 전례 없는 속도전은 불과 한달밖에 안 남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의심받는다. 대법원 전합 판결이 권위와 신뢰는커녕, 정치적 혼란과 불신만 부추기고 있다.



다수의견에 가담한 10명의 대법관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배척한 2심 판결이 “공직선거법의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허위사실 여부는 “후보자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에게 잘못된 인상을 준다면 그런 표현의 자유는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간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례를 통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혀왔다. 지난해 10월31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유사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을 따른 판결”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그런데 이 후보 사건에서는 갑자기 이런 판례에 역행하는 판단을 한 것이다. 사실상 ‘파기자판’ 수준의 단정적 표현으로 원심을 뒤집었다. 왜 그랬는지 설명이 필요한데도 다수의견에는 이런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원의 태도가 검찰의 ‘표적 수사’와 결합하면 그 폐해는 크다. 검찰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정치적 공방을 ‘선택적’으로 수사한 것을 법원이 걸러내지 않는다면 대의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의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 방향이 감사의 기소편의주의와 결합할 경우 민주주의 정치와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가해지는 위험은 심각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재판은 내용뿐만 아니라 외관도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이번 판결은 통상의 전합 판결과 다른 파격적인 형태로 진행됐다. 대법원은 ‘이례적인 속도전’에 대해 “선거법 취지에 따라 집중심리를 해 적시 처리를 도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법에 규정된 6·3·3 원칙을 지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게 왜 하필 대선을 한달 앞둔 시점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 후보 사건에서 꼭 지켜져야 하는지 대법원은 설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법원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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