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더블유(W)진병원. 건물 외벽에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지난해 5월 입원환자가 격리·강박 당한 끝에 사망한 부천 더블유(W)진병원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인증 요건’을 지키고 있는지 조사에 나선다. 최근 정신장애인 단체와 피해자 유족들이 정신병원 격리·강박 사망사건에 관한 책임 있는 조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일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부천 더블유진병원이 복지부 인증 당시의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 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통해 곧 수시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시조사 뒤 시정명령을 내리고 개선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인증이 취소된다”고 덧붙였다. 수시조사란 인증받은 의료기관이 환자 안전과 관련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필요할 때 확인하는 조처다. 부천 더블유진병원은 4년 전 ‘보건복지부 인증’을 얻었으며, 유효기간은 올해 12월27일까지다.
복지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지난 3월 이 병원을 검찰총장에 수사를 의뢰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중심으로 인증 요건을 살펴볼 예정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병원은 피해자에 대해 진료나 세밀한 파악 등의 조치 없이 환자를 강박했고, 당직 의사는 피해자가 응급 후송될 때까지 회진도 돌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박아무개(당시 33살)씨는 지난해 5월10일 다이어트 약인 디에타민(펜터민) 중독 치료를 위해 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뒤 격리·강박을 당하다 17일 만에 숨졌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5월27일 부천 더블유(W)진병원에서 33살 여성 환자인 박아무개씨가 손과 발, 가슴까지 5포인트 강박된 채 누워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 |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환자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증 제도 자체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누리집에 나와 있는 인증기준을 보면, 가장 앞서 나오는 항목이 ‘환자의 권리와 안전’이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 격리·강박 끝에 사망한 피해자 박씨의 어머니 임미진(가명·61)씨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신병원 격리·강박 관련 토론회에 나와 “복지부에서 인증한 병원이라 믿고 (딸을) 입원시켰는데 죽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정신장애인 단체 회원들은 “격리·강박 사망사건에 대해 복지부가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부천 더블유진병원 건물 외벽엔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는 펼침막이 크게 붙어있다. 이 병원 누리집에도 관련 문구가 강조돼 있다.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의료기관이 모든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보장과 적정 수준의 질을 달성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병원들은 이를 유용한 홍보 수단으로 써왔다.
경찰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달 14일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천 더블유진병원을 압수수색한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압수물 분석을 진행 중이며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보호사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수사를 맡았던 부천 원미경찰서는 양재웅 병원장 등의 대면조사 등 관련 수사를 모두 마치고도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감정 결과를 회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수사를 중지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수사 재개를 결정하고 사건을 경기남부청에 배당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블유진병원 사망사건을 다룬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사망사고가 일어난 정신의료기관이 인증 평가를 통과하고 평가를 거부해도 후속조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며 “인증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커지는 만큼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제도개선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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