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더 나은 삶’을 앞세워 중국인 스파이를 공개 모집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중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가운데,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신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IA는 최근 중국어로 만들어진 영상 두 편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공개했다. 두 영상들은 각각 ‘왜 내가 CIA에 연락했는가,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 ‘왜 내가 CIA에 연락했는가, 더 낳은 삶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공유됐다.
이들 영상은 단순한 정보 전달 수준을 넘어서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비판과, 중국인으로서 살아갈 때 느끼는 개인적 불안감을 내레이터의 고백 형식으로 구성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인 스파이를 공개 모집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 등에 게재한 영상. (사진=유튜브 캡쳐) |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IA는 최근 중국어로 만들어진 영상 두 편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공개했다. 두 영상들은 각각 ‘왜 내가 CIA에 연락했는가,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 ‘왜 내가 CIA에 연락했는가, 더 낳은 삶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공유됐다.
이들 영상은 단순한 정보 전달 수준을 넘어서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비판과, 중국인으로서 살아갈 때 느끼는 개인적 불안감을 내레이터의 고백 형식으로 구성됐다.
한 영상 속 등장인물은 “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내 위치는 높아졌지만 이제는 나 역시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족의 운명까지 내게 달려 있다는 게 가장 두렵다. 나에게는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또다른 영상의 등장인물은 “지도자들의 번영 약속을 더는 믿기 어렵다. 나도 이제는 나만의 꿈을 향해 나아갈 때이다. 가장 어려운 건 첫걸음이니까”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존 래틀리프 CIA 국장은 FT에 “미국 역사상 중국 공산당보다 더 위협적이고 전략적으로 유능한 적(敵)은 없었. 그들은 경제·군사·기술적으로 세계 지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CIA는 이러한 위협에 긴박하게, 창의적이고 강인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번 영상은 그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CIA는 과거에도 러시아, 이란,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영상과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직접적인 정치 불신과 내부 불안을 자극하는 영상은 중국을 대상으로 삼은 작전 중 사상 처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숙청 캠페인이 진행되는 가운데, CIA가 중국 내 네트워크를 재건해 본격적인 첩보전을 펼치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CIA의 중국 내 통신 시스템 노출로 중국 국가안전부(MSS)는 CIA의 현지 정보원 수십명을 처형·투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직 CIA 국장인 빌 번스는 2023년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강력한 인적 첩보 역량 확보에 집중해왔다. 중국 내 인적 정보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데 일정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같은 해 ‘반간첩법’을 개정해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기업의 실사 또는 민감한 분야에 대한 조사까지 감시 범위에 포함시키고, 중국 내부 정보 감시·차단과 방첩을 일상화하는 등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실례로 MSS는 스파이로 의심되는 활동을 시민이 신고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정보 통제를 위해 기업·기관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간첩 혐의 사건 및 예방 가이드라인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근엔 시 주석이 중국 군부의 2인자로 꼽히는 허웨이둥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숙청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FT는 전했다. 허 부주석은 50일 이상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었다.
CIA가 ‘더 나은 삶’이나 ‘운명 통제’와 같은 개인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미중 첩보전이 ‘심리전’ 단계로 격화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직 CIA 중국 분석국장 출신인 데니스 와일더는 “전례 없는 시도”라며 “시 주석의 숙청 캠페인에 대한 고위 간부들의 불안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은 이번 영상을 첩보전의 명백한 격화로 인식할 것이며, 대미 간첩 색출과 방첩 활동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영상들이 가상사설망(VPN) (우회접속)을 통해 중국 내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 도달 효과를 내는지가 관건”이라며 “외교·정보 전선에서 미중 갈등이 더욱 전방위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