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은지가 벤치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 결국 눈물을 펑펑 쏟아냈어요.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한국노바티스가 올 3월 유튜브 계정 ‘화농성 한선염에 빛을 비추다’를 통해 공개한 웹드라마 ‘보통의 날’ 제작에 함께한 윤경 씨는 "환자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끝까지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경씨는 드라마 속 은지처럼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을 앓은지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 단순 피부병? 반복되는 염증에 심하면 걷는 데도 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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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부터 종기로 고통” 낮은 인지도 탓에···이홍기도 ‘진단방랑’ 18년
이영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니라 환자의 자존감과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며 "복잡하고 장기적인 치료전략이 필요한데 질환 인식이 낮은 탓에 진단까지 평균 7~10년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실제 밴드 FT아일랜드 보컬 이홍기는 2023년 말 화농성 한선염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 영상에서 "중학생 때부터 엉덩이에 끊임없이 자라는 종기로 고충이 컸다"며 "종기제거 시술, 수술을 반복하며 18년 여의 진단 방랑을 겪은 끝에 화농성 한선염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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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등증 이상은 전신치료 필요···생물학적 제제 등장에 한줄기 희망
최근에는 중등증 이상의 화농성 한선염에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이는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해 국내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종양괴사인자(TNF-α) 억제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가 2015년 화농성 한선염 치료제로 허가된지 8년 만인 2023년 인터루킨(IL-17 A) 억제제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가 새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중등도~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 1084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 3상 결과 코센틱스를 2주 간격으로 투여한 환자군의 16주차 시점 HiSCR(화농성 한선염 임상 반응)은 42~45%로 위약군의 31~34% 대비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16주차에 HiSCR 반응 도달 환자의 75% 이상은 52주차까지 반응을 유지해 치료를 지속할수록 증상개선 효과가 더욱 높아졌다. 유럽화농성한선염재단(EHSF)은 이러한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작년 말 유럽피부과학회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중등도~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 중 기존 전신요법에 불충분한 치료반응을 보이는 환자의 1차 생물학적 제제 치료옵션으로 코센틱스를 권고했다. 이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화된 면역기전을 갖는 질환으로 전체 환자의 약 50%는 휴미라 투여 시 만족할 만한 치료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기존 TNF-α와 차별화된 염증 사이토카인 신호경로를 조절하는 코센틱스의 도입으로 화농성 한선염에서도 개별 환자의 면역 프로파일을 고려한 정밀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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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서 1차치료제로 권고됐지만···‘약값만 한해 1500만원’ 희망 고문
이 교수는 "질환의 복잡성과 면역반응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한 가지 기전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최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중등도 이상의 화농성 한선염은 치료 개입의 적기를 놓치면 만성적이고 비가역적인 손상으로 진행돼 장기적인 의료비용 증가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화농성 한선염 환자군은 20~40대 젊은 성인이 많은데 고용 불안정 등 경제적 취약성을 동반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치료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며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급여 확대와 더불어 교육 프로그램, 심리사회적 지지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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