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 사진=넷플릭스 |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7살 무렵 아역배우로 시작해 '프로듀스 101 시즌2' 화제의 윙크남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시간이 흘러 '약한영웅'을 통해 아픔과 성장을 동시에 겪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대중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난 박지훈의 이야기다.
'약한영웅 Class 2'(극본 박현우 유수민·연출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의 처절한 생존기이자 찬란한 성장담을 그렸다. 그는 일어나지 못한 안수호(최현욱)에게 "더는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더 큰 폭력에 맞서게 된다.
연시은으로서 대중과 재회한 박지훈은 "시은이는 'Class 1'에서 결국 친구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Class 2'를 열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시 성장해 나갔다. 뿌듯함과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면적으로 많이 무너져 있는 시은이의 모습에 중점을 두려고 노력하다 보니 'Class 1'보다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처절한 눈빛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당초 2022년 웨이브 오리지널로 선보인 '약한영웅 Class 1'은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다시금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Class 2' 오픈 일정이 잡히며 기대감이 더욱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지훈은 "사실 서치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나 초조함은 전혀 없었다. 그저 'Class 1'이 재조명받는 것, 'Class 2'에서 시은이의 성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안도했다"며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시은이를 더 이해하고 납득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언급했다.
'약한영웅'은 스토리상 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물들의 결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박지훈은 "'Class 2'에서의 싸움은 시은이가 원하지 않는 싸움이었다.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싸움에 휘말리며 맷집이 많이 늘었을 것이다. 상대의 물건을 이용해 싸우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극 중 연시은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마이페이스' 금성제(이준영)와 대립하며 '연금대전'(연시은·금성제의 결투) 등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이준영과의 호흡에 대해 "액션 합이 서로 잘 맞았다. 둘 다 가수 출신이라 춤도 춰봤고 그룹 생활을 했다 보니 동작을 외우는 속도가 빨랐다"며 "현장에서 바뀌는 부분이 생겨도 한두 번만 맞춰보면 되더라. 다치지 않고 문제없이 잘 마무리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준영이 형이 '연기를 잘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준다. 그런 인정을 받았을 때 정말 좋았다"며 "형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영광"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사실 같이 활동했다면 눈도 못 마주칠 선배인데, 형이 편안하게 대해주고 친한 동생처럼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극 중 호쾌한 성격을 가진 박후민(려운)은 차가운 모습의 연시은에게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붙이며 친근함을 표현한다. 박지훈은 이 장면에 대해 "사실 애드리브였다. 부정할 순 없는 것 같다. 연시은에게 너무나 찰떡인 별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그렇게 불리는 게 내심 좋았던 것 같다. 정말 귀여운 별명이다. 연시은이라는 캐릭터가 얼음공주 같다고 생각했으니 그런 애드리브가 나온 게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이어 "난 애교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형들과 동생들은 '너 애교 많다'고 하더라"라며 "화제가 됐던 윙크는 내 갈망이었다. 날 모르는 사람이 많고, 나라는 사람을 알려야 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박지훈이 'Class 2'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마지막에 모든 싸움이 끝나고 쓰러진 나백진(배나라)을 바라보던 시은이의 표정"이라고 답했다. "시은이는 친구가 생기고, 나백진은 친구가 없어지면서 끝이 난다. 나백진도 시은이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싸우면서도 결과가 다르거나 같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싸웠지만 함께 지내왔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은이가 나백진을 볼 때 대사 한 마디 없던 그 얼굴이 좋다. 극에서 없어선 안 될 장면이라 생각한다."
박지훈은 연시은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도 친구가 많이 없는 편이다. 힘들었던 걸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정말 친한 친구는 네다섯 명 정도만 있다. 그래서 시은이가 겪은 쓸쓸함에 공감이 많이 됐다"며 "아직 필모그래피에 작품이 많진 않지만 '최애' 캐릭터다. 정말 애정하고, 마음이 간다. 시은이에게 진정한 친구가 생긴 채로 엔딩을 맞이해 다행이었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Class 2'의 흥행은 수작이라 평가받는 'Class 1'의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Class 1'에서 연시은은 오범석(홍경), 안수호를 만나 우정을 배워갔지만, 끝내 세 사람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박지훈은 "범석이가 살아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난 살아있다고 믿고 싶다. 범석이가 한국에 오게 된다면 수호도, 시은이도 모두 용서할 것 같다. 이젠 범석이도 시은이의 마음을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Class 1, 2 통틀어 가장 마음이 가는 친구는 아무래도 수호다. 혼자인 게 편했던 시은이를 변화시키고, 친구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박후를 보며 수호와 비슷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더 정감이 갔다"고 설명했다.
'약한영웅2'는 쿠키 영상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암시하며 끝을 맺은 바 있다. 박지훈은 이를 두고 "'Class 3'를 감히 얘기할 순 없지만, 나 혼자 생각한 건 있다. 시은이에게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고, 이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라며 "최창희(조정석)와 싸우는 걸 떠올리면 정말 재밌지 않나. 혼자 작가가 된 것처럼 상상하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연시은을 만나 배우 인생의 새 챕터를 연 박지훈. 그는 연기에 대한 더 큰 의욕을 내비치며 눈을 반짝였다. "그동안 가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나라는 사람이 배우로서 더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준비했다. 이전엔 롤모델 삼은 선배들을 보며 저렇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면 지금은 좀 달라졌다. 내가 표현한 감정을 시청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더라. 그동안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을 묵묵히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마 배우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