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답게 밀어야”…SNS서 애먼 ‘속눈썹 잘라내기’ 바람

남자다워 보이기 위해 속눈썹을 면도하는 남성들.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남성성을 부각하기 위해 속눈썹을 짧게 자르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반(反)페미니즘의 기치 아래 남성들이 온라인 공간에 결집해 남성성을 강조하는 움직임 속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남성들이 속눈썹을 짧게 자르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와 주목받고 있다.

튀르키예의 한 이발사가 바리깡(이발기)을 들고 속눈썹을 깎는 영상은 4000만 뷰에 가까운 조회수를 올리는 등 누리꾼의 이목을 끌었고, 유럽과 북미, 뉴질랜드 등지에서 남성들이 속눈썹을 면도하는 영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CNN은 “점점 더 남성성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매노스피어(남성의 이익이나 권리를 주장하는 온라인 공간)의 유명 인사들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빅테크 형제’들의 부채질 속에 일부 남성들이 외모 중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억압하려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통상 여성성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반 페미니즘과 맞물려 ‘남성다움’을 위해 이를 배척하는 행위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젠더 연구자인 메러디스 존스 영국 브루넬대 명예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사회가 보수적이고 퇴행적으로 변해갈수록 두 성별을 더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압력이 커진다”며 “속눈썹은 강력한 이분법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다만 의도치않게 유행을 퍼뜨린 셈이 된 튀르키예의 이발사들은 속눈썹 면도와 관련해 그저 남성 외모를 충실하게 관리하는 지역적 특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속눈썹을 자르는 것은 위생상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속눈썹이 안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데다, 잘못 자른 속눈썹의 단면이 안구와 닿으면 불필요한 자극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눈썹을 자르는 도구가 실수로 안구에 상처를 낼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