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미스터버티고’ 책방 외부 모습. |
‘미스터버티고’ 책방은 경기도 고양시 향동 천변 공원길에 있는 20평 남짓 되는 작은 책방이다. 동네 주민들이 날씨 좋은 주말 나선 산책길에 아이 손에 이끌려 흔한남매, 슈뻘맨, 탁주쪼코 등 유명 유튜버들이 캐릭터로 나오는 만화책을 한권씩 사 가거나, 인근 노인이 교회에서 잃어버린 평생을 함께해온 한자 혼용 성경책을 재주문한다거나, 때로 주인이 깜짝 놀랄 정도로 한꺼번에 몇권씩 책을 사는 고객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포인트 소진이 얼마 남지 않은 문화누리카드 고객이 대부분인, 그런 흔한 동네책방.
물론 내가 사는 동네의 책방이라는 이유로 온라인 서점이 5% 더 저렴하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찾아와 애써 주문하고, 수고스럽게 다음날 다시 와서 책을 사 가거나, 가끔씩 과자나 빵을 선물로 건네주기도 하는 등 몇몇 동네 주민들로부터 조금은 과도한 사랑을 받는, 예전에는 어느 동네에서나 흔했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그런 작고 평범한 동네책방.
‘크기는 조금 작아도 대형서점의 소설 코너에 맞설 경쟁력을 갖춘 책방’을 만들겠다는 콘셉트로 2015년 2월, 고양시 백석동 일산병원 맞은편 주택가에 처음 책방을 열었던 초기에는 ‘문학 전문’ 동네책방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창완이 진행하는 방송에도 소개되고, 은희경 작가가 매달 무료 낭독회도 하고, 전국의 유명한 20개 독립책방에 선정되어 국제도서전에 초청받기도 하고,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독립책방의 주인들이 견학을 오기도 하던, 그런 전성기를 누리던 때도 있었다.
그 후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세상은 변해갔고, 책방 주인은 늙어갔고, 책방도 낡아갔다. 그사이 자영업자는 120만명이 가게 문을 닫았고, 미스터버티고 책방은 네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으며, 책방 주인의 나이는 40대에서 50대로 앞자리가 바뀌었고, 아내와 둘이 살던 집에는 강아지 한마리와 올해로 아홉살 된 쌍둥이 사내아이들이 함께 살게 되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미스터버티고’ 책방 내부 모습. |
그 정도 시간이면 동네책방은 둘 중 하나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유명해지거나 혹은 문을 닫거나. 미스터버티고 책방은 그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아직도 동네 한 귀퉁이에서 이름처럼 ‘버티고’ 있다.
강풀 웹툰 원작 드라마 ‘조명가게’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불 꺼진 주택가 끄트머리에 밤마다 환하게 불 밝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조명가게가 하나 나온다. 고양시 향동 공원 천변길을 걷다 보면 그 가게처럼 밤늦도록 노랗게 불을 밝힌 작은 책방 하나가 나온다. 굳이 멀리서 찾아갈 정도로 특별하진 않지만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근처에 올 일 있을 때 10분쯤 시간 내어 들러도 좋을 그런 책방이 말이다.
혹시라도 그 책방에 가게 되면 주인장이 재미있게 읽고 무료로 대여해주는 ‘카드북’도 한번 찾아보기를. 이제는 사라져버린 도서관 대출 카드에 자기 이름을 쓰며 옛 추억을 되살려볼 수도 있으니.
글·사진 책방지기 신현훈
미스터버티고
경기 고양시 덕양구 꽃내음2길 79 지하 1층
https://www.youtube.com/@mr.vertigo.book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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