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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前 법으론 소셜미디어 대처 못 한다” 영국 경찰의 반성

조선일보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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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20년] [5] 낡은 규제, 그 사이 파고든 거짓
작년 8월 4일 영국 로더럼에서 쓰레기통을 던지며 폭력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反)이민 시위대. 지난달 29일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영국 전역에서 반이민·반이슬람 시위가 이어졌다./로이터 연합뉴스

작년 8월 4일 영국 로더럼에서 쓰레기통을 던지며 폭력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反)이민 시위대. 지난달 29일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영국 전역에서 반이민·반이슬람 시위가 이어졌다./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은 지난해 여름 폭발적인 반(反)이민 폭력 시위로 큰 혼란을 겪었다. 리버풀·맨체스터·벨파스트 등 영국 전역에서 폭행과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사우스포트 폭동 사건’이다. 그 배후엔 거짓 정보를 확산시켜 대중의 분노를 키운 유튜브·X 등 소셜미디어가 있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해 7월 말 영국 사우스포트의 한 어린이 댄스 교실에 괴한이 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갑자기 소셜미디어에 ‘알리 알 샤카티’라는 무슬림 망명 신청자가 영국 사회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거짓 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를 믿은 사람들이 영국 전역에서 폭력 시위를 벌여 경찰 53명이 다치고 370명이 체포됐다.

이 사건은 소셜미디어에 확산한 출처 불명의 거짓 정보가 불특정 다수의 분노에 불을 붙여 폭동까지 유발한 초유의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영국에선 과거에 만들어진 법 규정이 20년 전 첫 방송을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생긴 일이란 반성이 일었다. 지난달 공개된 영국 하원 내무위원회의 198쪽 분량 조사 보고서(‘2024년 여름 난동 사태에 대한 경찰 대응’)는 9개월에 걸친 광범위한 조사의 결과물이다. “시대에 뒤처진 법 제도가 소셜미디어발(發) 가짜 뉴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인재(人災)”라고 진단한 이 보고서를 분석했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경찰의 신원 공개 규제, 그 사이 파고든 거짓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7월 29일 오후부터 소셜미디어엔 ‘용의자가 무슬림(이슬람 신자)’이라는 거짓 정보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하루 뒤인 30일 오후 이미 분노한 시위대가 이슬람 사원으로 몰려가 폭력 시위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 경찰이 ‘용의자는 기독교 신자’라고 공식 발표라도 했다면 거짓 정보 확산에 제동이 걸렸을 테지만, 영국 경찰은 ‘18세 이하 미성년자 신원 비공개’ 규칙을 지키느라 침묵했다. 의회 보고서는 경찰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정보의 공백(vacuum)’이 발생했고, 거짓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번진 지 하루가 지난 7월 31일에도 경찰·검찰은 ‘용의자가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90분간 논의 끝에 결론은 ‘비공개’였다. 당시 경찰은 ‘(대중에게 공개됐을 경우) 재판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개 불가’라는 또 다른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침묵에 시위대의 폭력성은 점점 과격해졌다.


◇극단주의 불붙인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의회 보고서는 다국적 팩트체킹 스타트업 ‘로지컬리(logically)’가 제출한 분석 결과를 실었다. 로지컬리에 따르면 용의자에 관한 가짜 정보를 명시한 소셜미디어 게시글은 사건 발생 시점부터 다음 날 정오 즈음까지 1만8000개 계정을 통해 확산했다. 로지컬리는 “소셜 미디어 추천 시스템(알고리즘)이 사람들이 가질 법한 기존 편견을 증폭시키는 ‘필터 버블’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경찰이 소셜미디어 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 뒤에도 “모스크를 때려 부수자” 등 이민자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 게시물이 소셜미디어에 남아 사용자들에게 추천됐다.

의회 보고서는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마크 파둘 교수 연구팀의 논문을 소개했다. 2018~2019년 진행한 실험 결과 유튜브에서 음모론 영상을 시청할 경우 비슷한 음모론 영상이 추천될 확률은 70%에 달했다.


◇러시아 개입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의회 보고서는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러시아와 연루된 거짓 정보 유포 조직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지목했다. 소셜미디어에 거짓 정보가 확산하자 ‘채널 3나우’라는 가짜 뉴스 사이트에 관련 내용이 사실인 듯 보도되고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이를 다시 퍼다 나르는 악순환이 발생했는데, 이 사이트가 러시아와 연루됐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번 사건은 적대국이 ‘정보 세탁(거짓을 진짜 뉴스처럼 탈바꿈하는 일)’ 후 이를 소셜미디어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다.

◇낡은 법으론 소셜미디어 대처 못 한다


“용의자 정보 공개 규정은 19년 전에 제정된 규정에 근거합니다. 지금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일,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할 수 있게 된 일들은 이렇게 오래된 규정으로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거짓 정보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지역 경찰 책임자가 사건과 관련한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밝힌 의견이다. 그가 말한 ‘19년 전 제정된 규정’이란 ‘재판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해선 안 된다’는 경찰·검찰의 보도 지침을 가리킨다. 영국 경찰과 검찰은 이에 대해 논의하느라 폭력 시위가 이미 확산하는데도 “용의자는 기독교”라는 단순한 사실조차 제때 발표하지 못했다.

영국 의회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도 지침 및 미성년 피의자 신원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아동·청소년법(section 49) 등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거짓 정보가 소셜미디어에서 퍼질 때 정부가 ‘진실’로 더 순발력 있고 자유롭게 맞서게 하자는 취지다. 의회 보고서는 아울러 “소셜미디어의 빠른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관련 법을 5년 안에는 재검토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로지컬리사우스포트 흉기 난동의 범인의 모습이라며 사진 속 남성이라고 지목한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로지컬리'가 거짓 정보로 판명했다.

/로지컬리사우스포트 흉기 난동의 범인의 모습이라며 사진 속 남성이라고 지목한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로지컬리'가 거짓 정보로 판명했다.


/로지컬리사우스포트 흉기 난동의 범인이 '알리 알-샤카디'라고 적시한 '채널3나우'와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로지컬리'가 거짓 정보로 판명했다.

/로지컬리사우스포트 흉기 난동의 범인이 '알리 알-샤카디'라고 적시한 '채널3나우'와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로지컬리'가 거짓 정보로 판명했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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