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백악관에서 텔레비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왈츠는 사임할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그를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당분간 국가안보보좌관 직무를 겸임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군 복무 시절부터 의회, 백악관까지 왈츠는 국가 이익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는 새로운 자리에서도 훌륭히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유엔주재 미국대사 지명 사실을 밝혔다.
왈츠 보좌관은 지난 3월11일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 공격을 논의하는 국가안보 고위 인사들의 채팅방을 민간업체인 시그널에 개설한 뒤 미국 매체인 애틀랜틱 기자까지 초청해 국가안보 기밀을 누설시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 뒤 왈츠에 대한 신임을 유지한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해왔다. 하지만, 왈츠 보좌관은 그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등 대외정책 집행에서 뚜렷한 영향력을 발휘 못하는 등 소외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왈츠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백악관의 숨은 실세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으로부터 신망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왈츠는 사실상 트럼프에 의해 경질된 셈이다.
시그널 채팅방 사건 외에도 왈츠는 트럼프의 대외정책 철학을 제대로 반영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트럼프의 국가안보팀 내에서 전통적인 공화당의 대외정책 노선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강경파로 분류됐다. 특히 왈츠는 미국의 해외 개입에 싫증을 느끼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 지지층에 호응하지 못하고, 트럼프의 국가안보 우선순위를 언론 등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보좌진들을 고용해, 백악관 내 불만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와 이란 문제에서 전통적인 강경파 견해를 밀어붙이고 백악관 관리들과 충돌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어긋났다고 트럼프의 측근들이 전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왈츠의 부보좌관인 알렉스 웡도 경질될 예정”이라며 “왈츠가 임명한 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 중 일부도 조만간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웡은 트럼프 1기 당시 북핵 외교를 담당했던 협상가로,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를 친중 인사로 비난해왔다. 왈츠 보좌관은 당초 미시간주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100일 기념 집회에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왈츠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 한 대안으로 거론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인 윗코프 특사는 최근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주도하는 등 트럼프의 국가안보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왈츠는 플로리다의 연방하원의원 출신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00여일 만에 국가안보팀의 핵심 요직인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됨으로써, 트럼프의 대외정책에도 큰 영향이 예상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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