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퇴했다. 그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길”을 이야기했다. 그의 비상식적인 출마는 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정치를 크게 퇴행시키는 일이다.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결국 그는 이를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 심판뿐이다.
한 대행은 윤석열 정부의 총리였다. 위헌·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당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온 장본인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국격과 위상을 크게 추락시킨다. 몰염치하다. 자신은 비상계엄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나, 어쨌든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총리였다. 또 내란죄 수사가 본격화되면, 그도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내란죄 수사 방어용’으로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란’ 이전에도 의료 대란, 엑스포 유치 참패, 저성장, 재정운용 실패, 내수경기 위축,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인사 난맥,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검찰 편파 수사 등 윤석열 정부의 숱한 실정과 폭정이 일어날 동안, 총리는 어디에서 뭘 했나. 2인자로선 못 했지만, 1인자가 되면 잘할 수 있다는 건가.
또 한 대행은 지난 3월2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 이후, 몇번이고 “안정된 국정 운영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권한대행이 대선을 불과 한달 남겨놓고, 국정을 팽개치고 출마하는 게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나. 평생 나라의 녹을 먹은 사람이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 출마설이 불거지고, 각종 현장 방문 등 대선 행보를 지적받을 때도 한 대행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국정을 사전선거운동으로 활용한 셈이고, 세금을 자신의 선거운동에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정 대선에 뜻이 있었다면, 일찌감치 물러나 대선전에 뛰어들 일이지, 국민의힘 경선 기간에는 가만히 있다가 공직자 사퇴 시한 직전에 나와 단일화 이슈를 띄우니, 이런 새치기·얌체가 어디 있나. 불공정하기도 하거니와 정당 시스템을 뒤흔드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국민의힘 안에서 부추기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50년 가까운 공직 생활을 한 이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가. 국민과 역사가 오늘의 한덕수를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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