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지난 30년간 제조업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이제는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연구개발생산(ODM) 기업에 의뢰해 3~6개월 만에 새 화장품을 만드는 시대다.
경기 성남시 판교동 사옥에서 만난 엄태웅 코스맥스 AI혁신그룹장(상무·사진)은 "지금은 고급 화장품과 다이소 화장품, 인플루언서 브랜드가 모두 팔린다"며 "격변기에는 잠재력 있는 인디 브랜드까지 생산할 수 있게 확장하는 회사가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엄 상무는 뷰티테크 스타트업인 '아트랩' 창업자다. 지난해 11월 코스맥스가 아트랩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코스맥스인이 됐다.
그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코스맥스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그는 "이전의 제조업은 대량생산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소량 생산이 필요한 환경이 됐다"며 "로봇이 더 잘할 수 있는 공정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호환 가능한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는 수요가 증가할 때 바로 공급을 늘릴 수 있지만, 제조업은 생산량과 속도에 한계가 존재한다. 로봇은 제조업의 병목을 넓힐 해결책으로 꼽힌다. 코스맥스는 반도체, 2차전지 등에 쓰이던 비전 AI 검사를 화장품 불량품 검사에 도입하고, 원료 이송과 부자재 투입 등에 로봇 100여 대를 활용하고 있다.
엄 상무는 "기존 화장품업이 공장을 늘리면서 생산량을 확장했다면, 이제 매출 10조원, 20조원을 내는 기업이 되려면 생산이나 연구 등을 디지털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맥스가 AI나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화장품의 소비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진다. 올해 히트작이 내년에도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엄 상무는 "엔터테인먼트사나 게임사의 멀티레이블처럼 우리도 잠재적 예비 스타인 인디 브랜드 고객사를 다양하게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세계인의 피부색에 맞는 화장품도 필요한 시점이 됐다. 10여 가지 샘플을 보내 본인 피부색에 가장 유사한 제품을 고르는 식의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코스맥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을 도입해 전체 중 20% 이상을 이 시스템으로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이 비율을 더 높일 계획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엄 상무는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전기공학부 박사과정을 밟다가 AI에 입문했다. 2019년 뷰티테크 스타트업인 아트랩을 만들어 맞춤형 피부관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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