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대기업 순위도 출렁…방산·암호화폐·해운 약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방위산업, 가상자산(암호화폐), 해운업을 보유한 대기업집단의 자산이 지난해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통상 환경 등의 변화가 이들 기업집단 몸집을 불린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은 총수(동일인) 지위를 유지했고, 김범석 쿠팡 의장은 올해도 총수 지정을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은 총 92곳으로 1년 전보다 4곳 늘었다.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5%(11조6천억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2곳 줄어든 46곳으로 집계됐다. 자산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은 삼성, 에스케이(SK), 현대자동차, 엘지(LG), 롯데, 포스코, 한화, 에이치디(HD)현대, 농협, 지에스(GS) 순이었다.

방산·암호화폐·해운…트럼프발 대외변화에 자산↑

올해 대기업집단 순위에서는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발 지경학적 변화의 혜택을 본 방산, 암호화폐, 해운업 비중이 큰 기업집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먼저 올해 대기업집단 순위 7위를 기록한 한화는 전체 기업집단의 자산 상승분(13조2800억원) 가운데 약 30%(4조원)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가 책임졌다. 엘아이지도 방산계열사 엘아이지넥스원의 자산이 2조1천억원 불어나며 엘지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26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두나무와 빗썸도 고객 예치금이 증가하며 순위가 껑충 뛰었다. 6조4천억원의 자산이 불어난 두나무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17계단 오르며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했다. 빗썸도 2조원의 자산 상승을 기록해,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를 밝히며 암호화폐 시장에 불을 당긴 바 있다.

해운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도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에이치엠엠(HMM)과 장금상선은 자산이 7조9400억원, 5조2900억원씩 늘며 대기업집단 순위가 각각 3위, 6위씩 올랐다. 지난해 ‘12·3 내란사태’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에 따른 강달러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2.5원으로 치솟으며 ‘표시통화 환산이익’이 발생한 덕이다. 이는 회사의 주된 영업활동이 이뤄지는 곳의 통화로 측정한 자산을 원화로 환산(연말 기준 환율 적용)하며 발생한 이익을 말한다.

김범석 쿠팡 의장, 올해도 ‘총수’ 지정 피해

김동관·동원·동선 등 세 자녀에게 ㈜한화 지분 증여를 밝히며 경영권 승계 완료를 선언한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올해도 총수 지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김승연 회장은 여전히 최고 직위자이고, 기업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어 동일인 변경을 하지 않았다”며 “각 그룹에서도 동일인 유지에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인 신세계의 이명희 총괄회장도 같은 이유로 총수로 지정됐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올해도 총수 지정을 피했다. 공정위는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두고 논란이 일자, 지난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바 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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