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이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관료 집단을 일컫는 말) 해체와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확보를 핵심으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상위 기구로 있는 현 체계가 감독기능 약화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금융감독체계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는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출범 당시부터 숱한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엑셀·브레이크 분리하고 감독 독립성 확보해야”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최로 열린 ‘금융감독체계 개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금융위를 사실상 해체하고 금감원을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논의됐다. 현재 체계는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가 ‘금융정책’을 담당하고,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이 ‘금융감독’ 기능을 담당한다. 2천명이 넘는 인원을 가진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감독과 검사를 수행하는데, 예산과 인사 면에서 금융위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산하 법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위가 금융감독정책 기능을 금융감독 조직(금감원)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의 전신인 금감위는 원래 금융감독에서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전반을 관장한 재무관료의 관치 탓에 외환위기가 왔다는 문제의식이 가장 컸던 탓이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요구했던 것 역시 금융감독의 독립성이었다.
다만 이같은 금융개혁이 이뤄졌던 1997년 당시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는 행정업무 필요성 등을 들어 금감위에 공무원으로 구성된 ‘사무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무국 조직이 확대됐고 여기에 2008년 재경부에서 떨어져 나온 금융정책국이 합쳐지며 현재 약 250명 규모의 금융위가 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금융위 해체론의 핵심 주장이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전성인 전 홍익대 교수도 금융위 해체론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점의 최우선 순위는 모피아의 완전한 해체여야 한다”며 “모피아의 감독 권한을 공적 민간 감독기구로 이관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감독에 관한 룰(규칙) 제정권 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금융위와 금감원은 개혁의 객체”라며 “개편 논의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기능적으로도 금융정책은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엑셀’이라면 금융감독은 건전성을 감시하는 ‘브레이크’ 역할이어서 두 기능이 분리돼야 하는 것으로 본다. 나아가 국내금융정책은 금융위, 국제금융정책은 기재부로 이원화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고 교수는 “감독정책 기능은 실질적으로 법이나 시행령보다는 감독규정을 통해 구현되는데 감독규정 제·개정권을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사실상 금융감독도 하는 셈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가 가진 국내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감독규정 제·개정권 같은 감독정책 기능은 금융감독기구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영업행위 감독으로 쪼개야”
금융감독기구 역시 현재의 금감원 체제가 아닌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금융기관의 인·허가나 건전성 감독은 건전성감독원이 맡고, 영업행위 규제나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 자본시장·회계감독권은 시장감독원에 주자고 고 교수는 제안했다. 금융위 해체와 함께 금감원을 쪼개는 것이기에 분리된 건전성감독원과 시장감독원에 각각 의결기구인 위원회를 둬 모피아의 입김을 차단하자고도 주장했다.
금감원 분리 주장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부터 최근 홍콩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까지 소비자 보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건전성과 영업행위를 한 기관이 담당하는 ‘단봉형’ 감독 대신 이를 분리한 ‘쌍봉형’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야 한단 주장은 2013년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때도 나왔으나 불발된 바 있다. 대신 금감원은 2016년 금소처장의 직급을 부원장보에서 부원장으로 격상하는 등 소비자 보호 강화에 방점을 찍어왔다.
다만 이렇게 조직이 여럿으로 분리될 경우 정책 공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기재부, 건전성감독원, 시장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의 장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금융안정협의회를 두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한은 총재,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으로 구성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일명 F4)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금감위 설치 이후부터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감독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감독체계 개편이) 대선 공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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