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경제학 교수는 20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중국에 대한 관세가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양국 간 협상이 빠르게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협상이 우선시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원하는 수준의 관세를 강요할 수 없어서다.
김 교수는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은 자유주의무역의 종말을 암시한다. 수출 중심 경제 구조인 한국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며 개방적인 무역 정책을 유지하되 수출 시장 다변화, 기술 경쟁력 강화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트럼프와 시진핑이 협상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단기 충격을 버틸 수 있는 정치·경제 체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도 작다. 예를 들어 아이폰 구매를 금지해도 소비자 불만이 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내부 불만을 미국 탓으로 돌려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중국은 서방에 의존해온 경제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보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이미 소비자 불만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관세 정책이 당초 계획보다 많이 달라졌다.
협상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중국이 먼저 협상을 요구할 이유도 의지도 크지 않고, 미국도 다른 국가들과 협상을 먼저 끝내려 한다. 중국과의 협상이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중 협상이 우선시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원하는 수준의 관세를 강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같이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라며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 “의미 없는 숫자놀음을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요지부동이다. 보복 대응마저 멈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미 연대 구축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이 ‘정치 쇼’로 전락하거나 시 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처럼 모욕을 당할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가 추진하는 미·중 디커플링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완전한 디커플링은 어렵다. 중국이 원산지 세탁을 시도했을 때, 미국이 부품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건 매우 까다롭다. 결국 일부 중국산 제품이나 부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글로벌 밸류체인만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아이폰만 해도 한 대당 평균 1900~2000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모든 수입품의 원산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에 대한 관세가 중국보다 낮아지면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처럼 생산기지를 대미 수출에 유리한 국가로 이전할 수 있다. 이후 공급망이 끈끈하게 얽히게 되면 중국과 경제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장기적으로 미국이 글로벌 무역에서 멀어질 것이다. 글로벌 전체 무역량이 줄고 달러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이는 미국 국채 수요 감소와 함께 달러 약세 및 기축통화로서의 역할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는 있으나, 동시에 미국 정부의 이자율 부담을 높여 세계 경제의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역적자는 기축통화의 숙명이기도 하다. 미국이 적자를 낸다는 건 해외로 달러가 그만큼 많이 풀린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풀린 달러로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고, 그 덕분에 미국 증시가 오르고 미국 금융섹터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무역이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고 원유나 상품 등 대부분의 거래에서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 쓰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유지되고 미국 자산이 소화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라지면 해외에 달러화가 풀리지 않게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미국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무역·금융질서까지 바꿀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불확실성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계속되거나 더 커지면 트럼프는 내년에 관세를 또 바꿀 수 있다. 기업이 공급망을 어떻게 재구축할지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되고, 민간 부문의 투자가 다 막힐 것이다.”
-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 상황에 놓인다면
△“산업적으로 비교우위가 클수록 무역시 이득도 크다. 따라서 산업 구조와 부존 자원이 한국과 유사한지가 중요하다. 중국과는 제조업, 조선, 반도체, 철강 등 중복되는 산업이 많다. 서로 경쟁 관계여서 비교우위가 미국보다 덜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차별화된 제품, 특히 문화, 서비스, 사치재, 첨단 제품처럼 같은 산업 내에서도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품목을 거래하는 국가가 더 중요한 무역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무역량이 많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라면 해당 국가와의 무역 감소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미국과의 무역이 더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한국은 갤럭시S, 미국은 아이폰으로 차별화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반도체 역시 미국은 설계에서, 한국은 생산에서 우위를 보인다. 어느 국가에서 수입해도 큰 차이가 없는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와 달리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교우위가 발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과의 무역으로 얻는 이득이 미국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 미·일 무역협상 이후 한국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도 한국과의 무역으로 얻는 게 많다는 점이다. 특히 조선이 그렇다. LNG 수입을 확대해 적자를 줄일 수도 있다. 미국 수출의 30~40%를 차지하는 서비스 역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재화는 원산지를 숨길 수 있지만, 로펌, 컨설팅, PM 등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미국이 숨기고 있지만 컨설팅과 같은 서비스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도 경제학적으로는 무역으로 한국 소비자가 얻는 이익이 크지만 정서적으로 어렵다. 이 부문에 보조금이나 간접적인 비관세장벽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관세율을 10%로 낮추는 게 최선이겠지만, 협상은 경제가 아닌 정치·외교적 영역이다. 성공하더라도 10% 이상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일본처럼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협상 카드가 부족하거나 대가가 너무 커서 실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주요 교역국들이 무역 장벽을 강화하면 곧바로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역 감소에 따른 손실을 정확히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이러한 신산업으로의 생산요소 재분배, 무엇보다도 인적자본 개발과 효율적 사용 길 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개방과 경쟁을 통한 혁신이다.”




























































